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돌봄 Jun 09. 2024

슬기로운 학원생활

결단을 내릴 땐 확실하게 해야 한다

작년에 만났던 초등 5학년 친구들은 tree도 읽지 못하는 상태였다. 

학교 교과서에선 이미 장문의 글이 나오고 문법도 진작 배웠을 시기라 학교 영어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한편으론 과연 이 친구들을 내후년에 중학교에 보내야 하는 입장에선 다른 의미로 마음이 힘들었다. 

이 선생님이 미쳤나 싶을 만큼 단어량이나 숙제에서 열심히 몰아쳤고, 최대한 많은 영어 노출을 위해 노력했다. 문법도 기초가 탄탄해야 다음 스텝이 쉽기 때문에 지독하리만큼 be동사와 일반동사 부분을 반복했다.

어른의 시선에선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지만 be동사와 일반동사를 아이들은 한 문장에서 많이 쓴다.

물론 영어 원서나 영상 노출이 많이 된 경우 이런 부분은 절반 이상 해결할 순 있다.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리 포터 정도는 읽고 살진 않는다. 

드디어 원하는 만큼 아이들의 실력을 올려주고 나서 한숨 돌리던 시점 5학년반 친구들이 6학년이 되어서 이제 다음 스텝으로 가야겠다 하는 시점, 갑자기 영재반에 다녀야 한다면 시간표 조율을 요구하셨다.

학원의 시간표는 보통 내년 시간표를 그 해 10월에서 11월에 확정한다.

아이들은 많은 학원을 다니고 있고,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다른 학원 시간표에 밀리지 않겠다는 절체절명의 사명이 영어 학원 혹은 공부방 원장들에게는 있다. 

중간에 갑자기 시간표 조율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최대한 학생들을 배려하여 저녁 먹는 시간을 줄이고 수업을 진행했고, 영재 수업 때문에 학원에 오지 못하는 날을 숙제로 대체했다. 아이들은 영재반 수업, 영어 공부방 숙제, 수학 숙제, 국어 문제집 풀기, 운동 하나, 독서 등의 스케줄로 지난한 시간들을 보냈다. 

올해는 더 이상 이런 배려는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돌아오는 것이 영어 숙제가 많다는 불만과 왜 실력이 오르는 것 같지 않냐는 학부모의 볼멘소리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들은 로봇이 아니다. 

물론 부모는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고 싶고, 영재원 수업도 충분히 의미 있는 수업이기에 그 마음을 이해한다.

저녁 먹는 시간까지 할애한 공부방 원장의 마음은 아이들을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나름의 교육 목표가 있기에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부모 입장에서 교육의 퍼센티지를 잘 설계하시길 바란다.

모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이며 아이들은 충분히 쉴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어 학습도 최소한 해야 할 부분이 있다. 

물론 수학은 수학대로 국어는 국어대로, 논술과 독서, 운동은 그 나름대로 시간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더욱더 부모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어디에 얼마만큼 시간을 투자할 것인가. 어떤 부분이 내 생각엔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중요한가.

사교육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더 이상 영어는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합니다. 이 정도는 해야 합니다. 나를 따르라 하고 말하진 않는다. 20대와 30대 강사 시절엔 강하게 설득하고 몰아쳤지만 더 이상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지 않기로 했다. 결정은 부모가 해야 한다. 단지 학원에선 길을 제안할 뿐이다. 케이크를 자르듯 피자를 자르듯 아이를 위해 공정하고 효과적인 결단은 부모가 해야 한다. 학원에서 온 힘을 다해 옆에서 도울 것이다.















*대치동은 아니지만 나름 학군지에서 작은 공부방을 운영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나 재미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전 05화 슬기로운 학원생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