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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un 18. 2024

슬기로운 학원생활

떠나는 자의 뒷모습

사교육 기관은 공교육처럼 의무도 아니고 그야말로 소비자의 심리가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물론 교육자와 양육자 사이에 아이가 있으므로 이들의 관계는 참으로 복잡다단하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한 번 보내면 짧으면 1년에서 믿을만하면 최장 5년 이상을 보내는 곳이 학원이다. 

공부방의 특성상 저학년부터 많이 찾는데 의외로 밀착 관리를 원하거나 대형 학원의 사이즈에 눌리기 싫다며 작은 보습학원이나 공부방, 동네 학원을 찾는 부모님들이 많다.

요즘은 특히 알짜배기 탄탄한 공부방이 많으므로 커리큘럼이나 교육자의 마인드만 맞으며 별문제 없이 등원을 시킨다. 








공부방장, 학원장의 입장에서 소비자는 얼마든지 마음이 변할 수 있음을 안다.

이유는 다양하다.


1. 한 학원을 다니기 오래되니 매너리즘에 빠지고 지겨워서.

2. 소문난 학원으로 드디어 레벨을 맞춰 이동이 가능할 것 같아서.

3. 먼 지역으로 이사

4. 같은 클래스 친구들과의 불화

5. 교육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6. 친한 친구가 학원을 그만둬서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우려면 어찌해야 할까.

보통 학원은 내년 시간표나 커리큘럼을 10월에 확정하고 안내를 한다.

물론 나처럼 방학 전 공지를 하는 학원도 있다. 

신학기 시간표를 먼저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요 과목인 영어, 수학은 시간표 짜는 게 눈치게임이다.

중간에 아이들은 한자나 컴퓨터 방과 후 수업, 미술 학원, 운동 등도 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 

시간표를 미리 확정하고 수업을 진행하며 교재를 안내한다.

학원을 그만두고 싶을 때는 미리 말씀드리는 게 좋다.

그래야 불필요한 교재 구입도 하지 않고 교사와 학생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인사를 나눌 수 있다.








보통의 학부모님들은 당일날 많이 그만두겠다는 말씀을 하신다.

학원마다 다르지마 두 달 전 미리 알려줘야 한다고 하거나 최소 한 달, 정 힘들면 일주일 전에는 말을 해줘야 학원 입장에서 마음의 준비 및 학생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며 과잉된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부모님 입장에선 혹시나 그만둔다고 하면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염려하는 마음은 잘 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도 미리 그만둘 것을 알면서 다니게 되면 숙제를 소홀히 하거나 성실하지 않은 태도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만둘 거라는 말을 하고, 교사가 늦게 알게 될 경우 배신감이 살짝 느껴질 때도 있다. 초창기엔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지금은 언제라도 학생들은 나를 떠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함께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하고, 떠나게 될 때는 미련 없이 보내준다. 다른 교육 기관에서 잘 배우고 왔다는 말을 듣게 해 주겠다는 일념하에 함께 공부하는 순간엔 최선을 다한다. 







소위 학원 '끊는다'라고 말하는 아이들.

부모 입장에서 선생님과 인사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깐 스쳐가는 사교육 기관이지만 아이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조금은 차지하지 않았던가.

시작만큼이나 마무리도 중요하다.

소중한 내 아이에게 예의 바르게 마무리하는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되다. 

만나는 순간만큼이나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잘 헤어질 줄 알아야 잘 만날 수 있다. 

학습보다 중요한 것은 인성이며 인간과의 관계이다. 

스승은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지만 최선을 다했던 어른으로써 너를 내 학생으로 만나서 참 반가웠고, 다른 곳에서도 성실하게 잘할 거라며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말은 꼭 전해주고 싶다.







은서야(가명), 그동안 선생님 학생으로 만나서 참 고맙고 반가웠어.
다른 학원에서도 열심히 하고, 앞으로 펼쳐질 너의 미래를 응원해. 잘 가요.













* 대치동은 아니지만 나름 학군지 동네에서 작은 영어 공부방을 운영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니 재미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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