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선이 있는 이유
오랜만에 들어간 온라인 서점에서 아이들 책을 봤다.
이젠 같은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고 있다가 소설인가 하고 펼친 책에서
어릴 때 목이 터져라 읽어주던 색감과 문체를 만날 수 있었다.
새들과 바람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지만 비행기는 마음대로 갈 수 없다.
강물은 흘러들어 갈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서로 간의 약속.
지도를 펼치면 경계 지어진 곳이 여실히 보인다.
구불구불 자연스러운 경계선.
너무나 자로 잰 듯 반듯한 경계선까지.
서로 허락된 장소, 약속된 시간에 갈 수 있다.
무릇 사람의 관계도 그러하지 않을까.
지금은 모호해진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원치 않았던 배려를 받으며 불편했던 기억.
배려는 나의 욕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순간, 원하는 만큼만 하는 것이 배려다.
나와 다르다고 함부로 무시할 것도 아니고, 배척할 일도 아니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를 뿐 그 또한 그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감히 애틋하게 여기 지도 말고
무조건 도와주려 하지 말고
적당한 온도로 다가가기를.
쉽사리 아는 체하며 앞서가기보다 마음의 여백 정도만 눈치채 살포시 토닥여주는 정도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