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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ul 17. 2024

슬기로운 학원생활

모두 '행복한 영어' 하세요.

서걱서걱, 열심히 연필을 굴리는 아이들.

색깔펜으로 칠하는 아이들.

포트폴리오북에 열심히 쓴 글을 펜으로 옮겨 적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아이들.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참.. 귀엽다..

영어가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 쓸까?

엄마가, 아빠가, 선생님이 하라고 한다고 영어 학원에 가고 숙제를 한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꼬부랑글씨를 보면 집에서 책상에 앉아 최선을 다했을 모습이 떠오른다. 

녹음 숙제를 하고, 워크북을 풀고 영어 책을 읽는 아이들.


어른들이야 살아보니 정말 필요해서 혹은 지금 해야 하는 거라 시키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어떤가 생각이 든다.

영어를 처음 접한 건 10살 때.

컴퓨터와 영어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엄마의 교육관 덕분에 영어 과외라는 것을 시작했다.

당시엔 지금처럼 번쩍번쩍 다양한 책이나 자료가 귀했기에

선생님이 가져오신 작은 어린이용 사전으로 공부했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영어로 알아가는 새로운 세상이 꽤 흥미로웠다. 

승무원 정도는 되어야 외국에서 너서리 라임 책이나 위싱(WE SING) 비디오 정도를 살 수 있었던 때라 영어 자료는 귀하고도 귀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나의 영어 선생님은 현명하셨다. 사전으로 공부하기.

영어 그림 사전으로 알파벳도 배우고, 단어도 배우고, 외우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새 언어를 알아가는 맛이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자료가 많아도 너무 많다. 영상 자료, 무료 자료, 교재나 원서 책까지.

일단 뭐든 하면 된다. 

그래서 더욱더 선생님의 역할이 무겁다. 

자료 욕심이 많은 나는 새 교재를 늘 보고 이것저것 반별로 다르게 적용해 본다. 

너무 많은 자료에 다 쓰지도 못할 것을 쟁이고 또 쟁이다 한 번은 과부하가 와버렸다. 

각종 세미나에 자료에 교재에.

해서 좀 더 심플하게 가기로 했다. 

문법, 회화, 단어, 듣기, 독해, 라이팅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영어란 녀석.

하다 보면 문해력이나 배경 지식 때문에 국어교재도 풀고 모국어 독서토론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선생님이 시킨다고 공부하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자기도 먹고살겠다고 열심히 이유식을 받아먹는 아기들이 떠오른다. 작고 소중하고 귀여운 녀석들. 솔직히 모든 영역을 책임져줄 수 없다. 할 수 있는 부분, 해야 하는 영역을 최선을 다할 뿐. 


정말 영어가 뭐라고, 세상이 더워도 추워도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열심히 하려는 아이들.

20대로 돌아간다면 가장 완벽한 언어인 한글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말하는 <총. 균. 쇠> 저자,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말처럼 K-언어, 한글이 세계에 더 널리 퍼지면 좋겠다. 

물론 영어를 좋아하지만.


미래의 사람들을 만나는 과거의 인간인 나는 영어라는 언어를 전달하는 전달자이다.

입시를 위해 기초를 닦아주는 조력자이다. 

영어라는 언어를 즐겁게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중물이다.

나를 만나는 모든 아이들, 스쳐가는 인연들과 앞으로 만날 학생들까지.

모두 영어가 그들에게 힘이 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디작은 공부방이지만 마음만은 커다랗고 싶은 어느 영어 공부방장의 소소한 이야기, 여기서 마칩니다.

단지 영어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여기까지 왔네요. 

더 실력있는 분들이 많을테지만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두 '행복한 영어'하세요.



사진: Unsplash의Nick Fe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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