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 여고를 졸업했습니다.
미션스쿨이라 일주일에 한 번은 옆구리에 작은 성경 책을 끼고 예배를 보러 강당으로 갔어요.
까르르 거리다가도 목청껏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먼 옛날 선교사가 살았던 사택도 있고, 조경 환경이 좋은 학교여서 국어 선생님은 이런 학교에서 너희 중에
문인이 나와야 한다고 얘기하셨어요.
헌데 여학생들이 관심이 있겠나요.
그저 공부에 파묻혀(나름 파묻혀서 지낸 거지요) 지냈다고나 할까요.
그 속에 재미란 좋아하는 아이돌 덕질(나름 아이돌 1세대입니다)과 친구와 교환일기 쓰기 정도죠.
물론 바로 옆에 붙어있던 남고가 초미의 관심사이긴 했습니다.
만날 틈도 없었지만요.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치고 10시에 시작하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정류장까지 날아가다시피 하곤 했어요.
하루의 끝을 멋진 남주인공과 함께 하길 바랐거든요.
친구들과 할리퀸 소설을 돌려 읽으며 꼭 이런 남자를 만나리. 하고 생각하곤 했지요.
이러니 무슨 대비가 있었겠습니까.
티브이를 틀면 나오는 남자 배우들을 보고 다 저렇게 어른 연애를 하나보다 했지요.
때마침 불어온 한국영화 붐은 그런 봄바람 같은 마음을 달구기에 충분했고요.
할리우드 영화처럼 멋지게 변신한 한국 영화를 보며 다양한 사랑을 만났습니다.
<접속>처럼 사이버 러브를 꿈꾸기도 하고,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전래 동화 직녀와 견우 아닙니다) 같은 미래에서 온 남자를 만나고 싶었고요. '그녀'로 분한 전지현을 보며 대리 만족하기도 했습니다. <비포 선라이즈>를 보면서 당장 유럽에 가서 열차를 타야 한다며 광분하기도 했죠.
실전에서 연애는 다릅니다.
'나'와 '상대방'이 맨투맨으로 만나는 2인극 무대예요.
다양한 환경 속에서 만나는 남녀 관계는 그 스토리도 천차만별입니다.
사귀던 남자에게 차여서 독심을 품고 공부해 전교 일등을 했던 고등학교 선배를 보며 느낀 건
역시나 내가 있어야 사랑도 있다는 거예요.
물론 그건 당시에 알긴 힘듭니다.
상대방만 생각하면 죽을 듯 가슴이 아프거든요.
시공간이 넘나드는 느낌도 듭니다.
이렇게 마음이 아플 거면 차라리 모르고 싶기도 해요.
한쪽이 희생하는 사랑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제 아무리 '가질 수 없는 너'를 부르거나 '인형의 꿈'을 불러대도 짝사랑은 힘들죠.
이뤄진다고 해도 나를 잃지는 마세요.
내가 먼저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을 많이 하길 바랍니다.
연습으로 그치질 않길 바랍니다.
진짜로 나를 사랑해야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어요.
요즘은 초등학생도 연애 비슷하게 한다지요.
그건 열외로 할게요.
대학 가면 살도 빠지고 이성 친구도 저절로 생긴다고 말하는 세대는 더 이상 아니죠 요즘은.
육체의 기쁨을 알기 전에 마음의 온기를 나누길 바랍니다.
이쁜 사랑 하세요.
무엇보다 나를 먼저 사랑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