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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라는 이름으로

by 마음돌봄


숙인 머리는 베지 않는다 : 항복하는 사람의 머리는 베지 않는다는 뜻으로, 잘못을 진실로 뉘우치는 사람은 관대히 용서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손이 발이 되도록 [되게] 빌다 : 허물이나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간절히 빎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죄짓고 못 산다 : 죄를 지으면 불안과 가책으로 고통을 당하게 되므로 죄를 짓지 말며, 이미 지은 죄는 털어놓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말.
한 알 까먹은 새도 날린다 : 하나의 낟알을 까먹은 새도 쫓아 버린다는 뜻으로, 사소한 재물을 침범하는 것도 용서하지 말고 단호히 대처하라고 이르는 말.
비는 놈한테 져야 한다 :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사람은 용서하여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비는 데는 무쇠도 녹는다 : 자기의 잘못을 잘 변명하고 사과하면 아무리 완고한 사람이라도 용서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비는 장수 목 벨 수 없다 :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면 용서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귀신도 빌면 듣는다 : 귀신도 빌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뜻으로, 누구나 자기에게 비는 자는 용서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용서라는 말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는 누군가를 용서할만한 사람인가, 혹은 용서받을 일이 있는가까지 생각하다가 멈춰버렸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정말 좋은 점은 기억력이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전화번호쯤이야 몇 십 개든 외울 수 있었던 사람이 어느 시점부터 기록해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다이어리에, 노트에, 카톡 나에게 보내기에 보내놓은 해야 할 일, 알고 싶은 일,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간다. 덕분에 난 슬픈 일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목소리 높여 싸우는 성격도 아니지만 설사 그랬다 할지라도 지금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게 그렇게 싸울 일이었나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순간 내가 판단한 대로,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했을 뿐이다.


이렇게 편리하게 생각하게 되었는데도 기억이 나는 것들도 있다.

길을 가다 갑자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가슴을 훅 스치고 지나갔던 일

동네 서점에서 잡지를 이것저것 보다가 잡지 뒤적이지 말라며 내가 아가씨 몸 그렇게 뒤적이면 좋겠냐며 화를 내는 서점 사장님한테 민망해서 한 마디도 못했던 일.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혀서 할 말을 제때 못 하고 늘 돌아서 후회했던 나.

다행히 인생의 시간 덕택인지 점점 나를 찾아가는데 꽤나 성공적이지만, 용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런 순간들이 떠올랐다.


속담을 가만히 보다가 생각한 것은 역시나 사과할 일은 빨리 해야 한다는 것, 용서를 진심으로 빌면 받아줘야 한다는 것. 더 바라는 것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인생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특히 스스로를 용서해야 하는 일 같은 건 없었음 한다. 살면서 부끄러운 일도 해봤고, 어이없는 일도 당해봤지만 그래도 나 자신 스스로가 좀 괜찮은 사람이면 하는 바람이다. 역시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 미래는 제일 기대되는 순간이다.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없는 지금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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