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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우면 죽는다

프리랜서는 정말 프리한가?

by 마음돌봄

학교에서 직업이나 꿈에 대해 얘기하다가 프리랜서라는 말에 꽂힌 적이 있다.

그땐 스스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었던 그런 어린 날이었다.

미디어에 비친 프리랜서의 모습은 몸에 딱 붙는 정장에 컬이 풍성한 헤어스타일의 미인이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서류 뭉치를 던지며 휴가를 떠나는 모습으로 보였었다.

작렬하는 태양(지금처럼 덥진 않았을 거다) 아래 다른 이들은 직장에 있는 시간 유유히 떠나는 그녀.

내가 일하고 싶은 시간과 장소는 내가 선택한다를 온몸으로 보여주던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거기다 내 몸 값은 내가 정하는 주체적인 경제적 주도권이라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물론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이 커 보이기 마련이다.

가지 못한 길이 아쉬워지는 법이다.

자유로운 프리랜서의 삶이 좋다가도 뭔가 일정하지 않은 기분에 쫓기기도 한다.

매일매일을, 일주일을, 한 달을 스케줄을 정해놓고 살아야 하는 운명.

그날 수업이 끝나면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게 좋다가도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한 곳에 머무르고 싶기도 하다.


게다가 어젠 강의가 있다는 사실을 깜박한 채 문자를 받고 알았다.

수요일이 강의인 줄 알고 연락한 강사님 덕분에 목요일에 내가 강의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분명 다이어리에 기록해 놓았건만, 후다닥 스케줄을 점검해 보니 10일, 17일, 22일. 세 번이었네. 두 번이 아니었다. 부랴부랴 강의 자료를 점검하니 아뿔싸 내용 수정이 필요하다. 하루 일을 다 마치고 나니 밤중이라 새벽 세시까지 피피를 손보고 영상 삽입 문제로 지인에게 요청해 아침까지 매달렸다. 덕분에 강의를 잘 마치고 나왔지만 이미 몸은 천근만근이다. 새로운 강의 장소는 늘 내게 챌린지다. 머리는 그렇지 않은데 몸은 이미 잔뜩 긴장해 있다. 부글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 강의를 마쳤다. 학생들에게 얻는 에너지는 다행히 긍정적이라 무리 없이 진행했다. 끝난 후엔 긴장이 풀리고 눈꺼풀이 내려온다. 더 이상 새벽까지 일을 해서는 안될 나이란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운동까지 거리 두기하고 있으니 몸이 영 아닐 테지.


퇴근한 친구들과 톡을 주고받다가 이런 질문이 나왔다.


"우리 언제 쉬냐? 퇴근해도 또 일이야. 저녁 식사에 씻기기에 숙제 점검에, 남편은 늘 8시 퇴근이고."

"죽어야 끝나지. 죽어야 다 끝나.^^."


아이가 아직 어린 친구는 체력적으로 더 고되겠지.

애들이 커도 사실 별거 없단다.

늘 우리는 할 일이 있을 테니까.


직장에 다닐 때도 힘들어서 자유로운 삶을 꿈꿨지만 자영업이나 프리랜서 강사는 어떤 면에선 자유롭지 않다.

소위 퇴근이 없는 삶의 연속이다.

한편으론 자유롭다. 언제든 원하는 장소로 갈 수 있다. 원하는 시간에.

이건 나 혼자 몸일 때 더욱더 가능한 이야기지만.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상은 아니 끝나지 않았고, 아직 끝내지 않을 것이므로 긍정적이고 지독하 자기 암시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부인은 늘 화가 많다는 말을 듣는 아내들이 많을 것이다. 이 부분은 확신한다. 어쩌면 우리 일하는 엄마들도 가장 가까운 누군가에게 다 토해내고 사는 것인지도. 그러니 나만 손해다, 희생한다 생각 말고 내가 배려받는 부분도 생각하며 살아야 나 자신이 살아갈 수 있다는 교과서 같은 말로 결론을 내려본다. 행복한 척하면 행복해지고 그런 척하며 그렇게 된다. 다 내 생각대로 원하는 대로 된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을 마치 대단한 깨달음인양 글을 쓰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그냥 오늘은 웃기는 인간이 되야겠다. 그럼 이만 감사일기를 쓰러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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