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받은 사랑에서 주는 사랑으로..
30대의 나는 사람관계를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넓게 만나기보다 좁은 서클 안에서 깊이 관계를 맺는 편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적극적이지만, 큰 모임에서는 조용히 뒤에 서 있었다. 그게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40대를 앞두고 돌이켜보면,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조금은 다른 마음이 생긴다. 어른이 될수록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도 서로 바쁘다 보면 연락이 끊기기 일쑤였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이어가지 못하는 관계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인 내가 되고 싶다.
한 번은 뉴욕 UN에서 열린 컨퍼런스를 도운 적이 있었다. 작은 패널 세션에서 세 명의 여성 기업가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한 분에게 눈길이 자꾸 갔다. 부드러운 말투, 용기 있는 눈빛, 낯설지 않은 친근함.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묘하게 오래 알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분도 나를 향해 자꾸 눈길을 주었고, 패널이 끝난 뒤 웃으며 다가와 이름을 물었다. 심지어 “우리 전에 만난 적 없냐”고 했다.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우리는 연락처를 나누고 몇 번 메일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나는 더 용기를 내지 못했다. 바보 같은 말을 할까 두려워 대화를 피했고, 결국 그 인연은 흘러가 버렸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때 내가 조금 더 용감했다면, 우리는 어떤 관계가 될 수 있었을까.
남편과 미국을 횡단하는 로드트립을 하던 중이었다. 테네시의 한 도시에서 유명한 매운 치킨집에 들렀는데, 마침 옆자리의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와 테이블을 함께 쓰게 됐다. 남편이 가장 매운 치킨을 주문하자, 아저씨는 눈 비비지 말라며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남편은 한입 베어 물자마자 눈물, 콧물이 터져 나왔고, 아저씨는 냅킨을 건네며 배꼽 잡고 웃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우리를 금세 친구처럼 만들었다.
그러다 아저씨가 묻길래 우리가 묵을 호텔을 말했더니, 그는 눈이 동그래지며 “거긴 죄수들이 처음 자는 곳”이라고 했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콘도를 내어주며 며칠 머물다 가라고 했다. 돈도 필요 없다고. 낯선 사람에게서 받은 그 관대함은 충격이자 감사였다. 우리가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묻자, 아저씨는 말했다. “나중에 당신들도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면 돼요.” 지금도 그 말이 마음에 남아 있다.
30대 초에 결혼하면서 남편의 가족들을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문화 차이 때문에 서먹했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헤맸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남편의 가족은 나의 가족이 되었다. 시동생들은 나의 형제 같고, 남편이 없어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 되었다. 미국에서 살아가며 가족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왜 남편이 가족을 그토록 중시했는지를 이제야 알겠다.
돌아보면, 30대는 내가 받은 사랑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스쳐간 인연이 남긴 아쉬움, 낯선 이의 친절이 남긴 울림,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 사람들. 그 모든 것이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제 40대를 맞으며 바란다.
이미 알고 지낸 이들과는 더 깊이 이어지고,
새롭게 만난 좋은 인연은 놓치지 않고,
낯선 사람에게도 친절을 나눌 수 있기를.
30대가 사랑을 많이 받은 시간이었다면,
40대는 그 사랑을 더 많이 베푸는 시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