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떠난 30대
20대 후반부터 나는 여행에 대한 갈망이 컸다.
30대에 들어 돈이 조금씩 모이자 남편과 나는 아낌없이 여행에 썼다. 비싼 옷 하나 살 때는 몇 번을 고민하면서도, 여행에는 그런 망설임이 필요 없었다. 그냥 비행기표를 끊고 떠나면 되는 일이었다. 여행에서 돈을 쓰는 건 아깝지 않았다.
돌아보면, 30대는 여행으로 가득한 시기였다.
마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바쁘게 떠났고, 그만큼 많은 것을 얻었다.
그래서 나는 30대의 여행을 “선물”이라고 부르고 싶다.
와인을 마실 때 그저 “이런 맛이구나” 하고 넘겼던 이름은, 직접 그 고불고불한 길을 소형차로 달리며 와인을 마실 때 전혀 다른 세계로 다가왔다.
기후, 흙, 오래된 와이너리의 동굴, 커다란 배럴에서 따라준 한 잔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경험이었다.
30대 초반, 버티고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마음의 평화를 찾아 떠난 곳이 발리였다. 바나나나무 사이 야외 요가 스튜디오, 아침마다 걷던 숲길, 수업 후 마시던 초콜릿 스무디 한 잔.
그 소박한 행복 속에서 나는 삶의 의미를 다시 붙잡았다. 요가와 명상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정체성의 한 축이 되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명상하며 두 끼의 채식만 먹던 일주일.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던 날들이 지나자 머리는 맑아졌고, 몸은 가벼워졌다.
배고픔을 넘어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은 강렬했고, 나는 그때부터 채식을 즐기게 되었다.
한 도시에 네 번이나 갔던 건 처음이었다.
저녁 무렵 물 위에 비친 건물의 불빛, 꼬불꼬불한 길, 광장에서 들리던 거리의 클래식 음악.
그 모든 순간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걸었던 길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리스 산토리니는 여행 자체가 매직이었다.
최고의 선셋, 기암의 섬들, 아름다운 바다, 멋진 하이킹, 야외 영화관에서의 한 편.
모든 것이 낭만적이었고, 나는 다시 꿈꾸는 사람이 되었다.
그 밖에도 수많은 여행이 있었다. 유럽 곳곳, 미국의 동서 로드트립, 도시와 도시를 잇는 수많은 발걸음. 나는 30대를 마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바쁘게 여행했다.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가 없다.
여행은 나를 만들어주었다. 책이나 화면에서 알 수 없는 삶의 결을 몸으로 배우게 했고, 세상을 욕망하는 눈에서 감사하는 눈으로 나를 바꾸어 주었다.
이제 40대를 앞두고 나는 여행을 다시 바라본다.
30대의 여행이 “더 보고, 더 경험하려는 갈망”이었다면,
40대의 여행은 “덜 서두르고, 깊이 머무는 여행”이 될 것이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머무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설 것이다.
다만 이제는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오래 바라보며.
30대의 여행이 나를 흔들며 성장시켰다면,
40대의 여행은 세상의 풍경보다 내 안의 풍경을 더 선명하게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