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소리와 함께 새로 시작하는 40대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집 근처에서 열린 사운드 배스(sound bath) 요가 워크숍에 다녀왔다.
처음 사운드 배스를 경험한 건 8년 전, 발리였다.
울창한 숲 한가운데, 유리창 너머로 자연이 그대로 들어오는 요가 스튜디오.
남편과 나란히 누워 소리를 온몸으로 들으며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편안해질 수 있구나.”
소리만으로 마음과 몸이 치유되는 경험은 내게 큰 충격이었고, 이후 여행을 다닐 때마다 기회가 있으면 사운드 배스를 찾곤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 모든 게 달라졌다.
임신 초반 몸은 급격히 약해졌고, 몇 달 동안 거의 누워 지냈다.
그 후엔 태교, 출산, 육아 서적에 파묻혔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1년이 눈 깜짝할 새 흘러갔다.
여행 몇 번 다녀오니 어느새 아이는 두 돌이 다 되어가고,
내 머릿속은 아이와 관련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다시 내 일을 찾으려니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마흔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나에게, 명확함과 방향을 찾고 싶었다.
사운드 배스 강사는 말했다.
“Let it flow. Whatever goes through your head or body, let it flow and discover the blockage.”
그 말은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했다.
나를 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몇 년 전 내 마음을 불타오르게 했던 것들, 나를 도전하게 했던 영감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소리에 집중하며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갔다.
머릿속에 단어들이 흘러갔다.
아트, 교육, 커뮤니티, 웰빙, 명상, 리트릿…
지난 10년간 나를 떨리게 했던 것들.
그것들이 다시 마음 한구석에서 불씨처럼 살아나는 걸 느꼈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본 스티브 잡스의 초창기 프레젠테이션이 떠올랐다.
그의 말에는 예측이 아니라 확신이 있었다.
“미래가 이럴 것이다”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 만들 것이다”라는 단단한 신념.
그 확신이 내 마음을 떨리게 했다.
나도 언젠가 저런 확신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조용히 다짐했다.
아직 나는 그 확신의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운드 배스는 내게 알려주었다.
내 마음을 불타오르게 했던 것들,
내 안에서 잊힌 작은 불씨를 다시 켜보라고.
마흔을 맞이하는 지금, 나는 다시 시작한다.
완벽한 시작은 아니다.
만약 완벽을 바랐다면 나는 이미 스티브 잡스처럼 무대 위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것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