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지나가는 법

우리가 허락한다면 어둠은 구름처럼 흘러간다.

by 마인풀 라이프

살면서 배운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힘든 일이 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전에 그것을 겪어봤고, 그때가 끝이 아니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온전히 즐기고, 힘들 때는 기억하려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 그것들도 지나갈 것임을.


관심을 돌리는 법


힘들 때 나는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법을 배웠다.
예전에 일이 꼬여서 며칠간 밤을 새우며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무너진 적이 있었다. 모든 게 헛수고처럼 느껴져서 어느날 밤 불 꺼진 방에만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는 세상이 나를 향해 등을 돌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대로 있으면 더 깊이 가라앉는다는 걸 알았다. 억지로라도 신발을 신고 집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차갑게 얼굴을 스칠 때, ‘아, 이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힘들었지만, 내 머릿속 어둠 틈에서 작은 빛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고집 속에 머물렀던 시절


인생은 순간들의 연속이다. 그 순간이 힘들어지면 우리는 다음 순간으로 가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20대 중반의 나는 달랐다. 그땐 오히려 고통에 머무르는 고집을 부렸다.


어렸을때 이유없는 우울함이 왔을때, 나는 그 고통을 붙잡고 스스로를 더 괴롭혔다. 친구들이 나가자고 해도 방 안에만 틀어박혀 울고, 일부러 더 슬픈 노래를 틀며 어둠 속에 오래 머물고 싶어 했다. 마치 그 고통이 나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했다.


돌이켜보면 바보 같은 고집이었다. 어둠에 오래 머물수록 빠져나오기가 더 힘들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어둠이 닥칠 때


지금도 어둠은 찾아온다. 아이가 밤새 울어 나도 함께 무너졌던 어느 날, 새벽 세 시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아”라고 중얼거린 적이 있다. 세상이 다 나를 탓하는 것 같았고, 더 무서운 건 내가 내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건 이제는 패턴을 안다는 것이다. 어둠은 구름처럼 계속 머무르지 않고 흘러간다는 것을. 그 기억 하나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다시 배우는 것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인생이 쉬워진 건 아니다.
다만 이제는 힘든 순간에도 조금 덜 놀라고, 조금 더 빨리 일어날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둠이 닥쳐도 “이 또한 지나간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삶은 여전히 업앤다운의 연속이지만,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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