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남는 삶
남편의 삼촌이 97세로 세상을 떠났다. 평온하게, 집에서 가족 곁에 누워서.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아내와 자식, 손자손녀와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작별을 준비했다.
장례식은 이스라엘에서 치러졌고, 우리는 영상으로만 참여할 수 있었다. 화면 속에서 가족들은 웃고 울며 삼촌을 기억했다. “그는 내게 이런 사람이었어.” 각자가 꺼내는 이야기 속에서, 그의 삶이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삼촌이 좋아하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I just want to say I love you.”
단순한 가사였지만, 그가 남긴 인생의 결론처럼 들렸다.
나는 삼촌을 단 한 번 만났을 뿐이다. 그러나 짧은 만남에서도 그의 따뜻한 눈빛과 유머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선명했다.
그 장례식은 내게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게 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가족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이다. 부모와 형제로 태어나, 기쁨과 갈등을 겪으며 서로를 빚어간다.
때로는 의지할 수 있는 힘이 되고, 때로는 버거운 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남는 것은 결국 그 관계에서 주고받은 사랑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보았다.
사람들은 한국 사회가 가족 중심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끈끈함이 희미해진 시대 속에 살고 있다.
나 역시 바쁘게 살아가며 부모와 자매와 예전처럼 부대끼지 못한다. 성인이 된 우리는 각자의 생각이 커졌고, 때로는 부딪히며 멀어졌다.
그래서 장례식에서 본 장면들이 더욱 부러웠다. 울며 서로를 끌어안는 형제들, 꽉 껴안아주는 부모와 자식들. 그것은 단순한 문화가 아니라, 삶의 본질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죽음이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인생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다름이 버겁고 이해가 어려워도, 가족이라면 받아들이고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서로를 안아줄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이미 잘 산 인생이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잘 산 인생은 큰 성공이나 완벽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남기는 삶이다.
언젠가 내 삶의 마지막 날에도, 내 가족이 내 곁에 모여 함께 울고 웃으며 노래해준다면,
그것보다 더 잘 산 인생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