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tus Feb 12. 2024

부끄러움은 내 몫

꽃동네에서 감사를 얻다

19살이 끝나갈 무렵 엄마와 함께 봉사활동을 갔다.

나의 선택과 뜻은 별로 없었으나,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였다. 


하고자 하면 하는 우리 어무니의 기가 막힌 추진력으로 2박 3일 동안 그곳에서 먹고 자며 봉사를 했다. 아마 그곳에서 경험한 느낌은 엄마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더 깊은 감명을 느꼈다.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 그곳은 천주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몸이 불편하고 홀로서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보금자리였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자 했지만, 우리만큼 다른 사람들도 그곳에서의 봉사활동을 원했다. 아무리 봉사활동이어도 힘든 곳은 가기 싫다는 인간의 조그마한 마음 때문일까. 


아무튼 우리는 계획한 곳과 다르게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를 하게 되었고 시설을 배정받을 '봉사하기 어려운 곳이긴 한데~ 그래도 열심히 해봐요!'라는 시설 직원분의 응원을 듣고는 다소 걱정이 되는 3일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엄마와 나는 각각 다른 호실에서 봉사를 했다. 내가 간 곳에서는 5명의 장애인 분들이 머무는 방이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분, 30대의 나이에 루게릭병에 걸려 하반신 마비가 되신 분, 선천적으로 발달 장애를 가지신 분들.. 한 곳에 모여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발달장애인 3분을 케어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는데 밥을 떠먹여 드리고, 화장실을 같이 가드리고, 산책을 돕고, 미사장소로 가서 함께 기도드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함께 그 공간에 있으며 이야기하고 마사지해드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까지 마음 한 켠에 생각나는 분이 있다. 말을 알아듣지만 할 수 없는 분이셨다. 나를 붙잡고 참 많이 우셨다. 계속해서 말 걸어드리고 마사지해드리니 울음을 그치고 좋아하셨다. 함께 동요를 부르고 박수를 치며 즐거움을 누렸다. 그녀의 웃음이 여전히 선명하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엄마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숙소로 갔다. 잠을 자기 전 일기를 쓰며 눈물이 흘렀다. 쏟아지는 눈물의 이유를 모른 채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적어내려 갔다. 


나는 얼마나 내 삶에 감사를 모르고 살았나.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원망을 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슬퍼하기만 했구나.

행복은 결코 외적인 것에 있지 않구나.

주어진 것들에 대한 감사만이 내 삶을 평화롭게 해주는구나.




컵을 들기 위해 손가락을 움켜쥐는 것을 스스로 할 수 없는 그들을 보며 부끄러움오만함이라는 감정들을 알아차렸다. 귀 한쪽이 조금 안 들리고 남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나를 미워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것은 강하게 버티고 남는다. 그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은 쉬이 잠잠해진다. 극단에 있는 것들을 서로 같은 것이라는 것을 언젠가 알게 되었다. 꼭 0에 수렴하게 되는 세상의 법칙같은 것들이 있는걸까. -와 +의 사이 0의 존재에 대한, 중용에 대해 끄덕거리던 순간들이 있었다.


꽃동네에서 만난 그들에 비해 내게 많이 주어진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행복감을 느껴야하는 것인가? 행복이 상대적인 것인가?대한 우문을 했었다. 상대적인 행복감을 누리면 안될 같은 괜한 죄책감을 가졌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한 감사와 그것은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것, 일상에 대한 감사가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길임을.

밤마다 펑펑 울며 나를 반추하던 그때의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가져야 할 '감사'라는 가치를 얻게 되었다.


올해 또 봉사를 가야지. 마음을 내는 귀중한 시간을 보내야지.

이전 06화 끝없는 땅굴 파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