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다움을 보여주는 '일'

기억에 이름을 지어주고 의미를 찾아보기

by lotus

다음 주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이제는 셈의 영역을 지나 그다음 챕터로 간다- 정도로만 기억하게 될 수준.

그만큼 전직도 많이 했다. 경험해보고, 나랑 안 맞는군. 그다음 일. 또 다음 일. 다음 일.


이제는 스스로에게 명확한 방향을 내려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 눈물을 멈추고 나를 달래 앞장세우는 것. 그리고 앞으로 나의 행보를 내가 스스로 정하는 것. 정면돌파하는 것.




오늘은 사촌언니집에 다녀왔다. 친언니즈와 사촌언니집에 가서 집들이를 하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 얘기부터 결혼, 사랑, 돈 이야기.... 온갖 주제들을 넘나들며 장장 4시간이 넘는 토크를 했다. 잘 보일 것 없는 가족들과 허심탄회하게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드는 생각들이 오늘 밤 나를 글 쓰게 한다. 생각이 많아지지 않으려, 불안해지지 않으려 애써 회피했던 나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무리 짓고,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걸지도.


작년에는 새로운 일을 찾으려 10개월의 여정을 떠났다. 새로운 교육을 받고, 알고 있던 지식을 현장에서 써먹으며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즐거운 추억도 많이 쌓았다. 그곳에서 나는 활력을 되찾았다. 나를 불안하게 했던 생각에 휩싸여 몸을 축내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몸을 쓰고 머리를 비우는 법, 기록하며 오늘 내가 배운 것을 떠올리는 법, 더한 고통도 넘어왔지-하며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 그래도 힘든 날엔 속풀이를 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아 허심탄회하게 털어내는 법 등등. 그리고 새로운 취미 수영을 배우고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지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내게 허락해 주었다. 꼭 그런 시간이 있어야 나 스스로 성장한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10개월의 여정동안 내게 참 많은 말을 걸었다. 이 길이 맞을까?부터 시작해 내가 걸어왔던 길들, 후회스럽고 슬펐던 날들에 대한 회고를 하며 하나씩 그 이름들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실패라면 실패, 성공이라면 성공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날들에 대한 이름이었다.






1. 24살 첫 취업했을 때의 나는, 어른이 무서웠던 고등학생의 나를 직면했다. 그리고 3개월간의 지옥 같은 첫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수술 후 몸이 힘들었던 내게 조금 더 휴식을 취하며 회복하라는 신의 계시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지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나의 어린 날들이었다. 처음으로 일과 직장에 대한 생각들을 깊게 해 보며 어른으로써 성숙해지게 된 계기였다.


2. 25살부터 26살까지의 나는 처음 꿈이란 걸 가졌다. 교사가 되어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친밀하지만 잘 경계가 지어진, 건강한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 사람에게서 좋은 제자들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내가 건강해야, 좋은 이야기와 더 나은 인간을 양성하리라- 싶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했었다.


3. 26살 임용 티오가 나오지 않은 해, 절망했고 절규했다. 열심히 해도 하늘이 돕지 않는다고 원망했다. 그럼에도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으나 첫 기간제 교사를 하며 교육현장에서의 나를 마주했다. 교사로서의 첫 보람을 느꼈다.


4. 27살 나는 나의 완벽주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수치심이 분노를 비롯한 여러 감정들의 갈래로 구분되었고, 난 또 그 이름들을 찾으려 헤매었다. 명료한 감정의 이름을 찾을 때까지 고민하고 생각하며 나를 괴롭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인간이 복잡하다는 것을 이때서야 알았다. 교육이 대단히 중요한 영역임을 알게 되면서 나의 모든 행동이 의미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의미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묻게 되었다. 난 당연하게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환경, 조직 구조, 사회에 화살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모든 건 다 나에게서 비롯되는 데 말이다. 희망을 품던 나도, 분개하던 나도 나인데. 파랑새는 늘 내 안에 있었다는 걸 27살 그 해 연말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 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던 해이자, 슬프고 힘들어했던 나날이자,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 감사한 해였다.


5. 28살. 새로운 공부를 하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고, 몸을 잘 가꾸는 법을 알게 되었다. 연말에 날 불건강하게 하는 직장에 한 발짝 발을 담갔다가 뺐다. 나답지 못한 곳에서 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는데, 인간이 참 부족하게도 그걸 또 까먹었다. 그새 돈을 벌자는 욕심에 쉽게 돈을 벌려고 몸과 마음을 2,3배 더 쓰는 곳으로 갔었다. 젠장. 그리곤 빠르게 헤쳐 나왔다. 멍충비용이라고도 생각하지만, 다시 한번 나답게 사는 환경으로 가야 함을 깨닫고는 제발 똑똑하게 살자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달까.


6. 그리고 지금.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나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진심을 다하고 싶다. 그것은 식물이자 교육이자 사람이고 사랑이다. 나의 진정성과 감사의 영역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에서 말이다. 물론 관심영역을 구분 짓고 싶지는 않으나, 나는 정말 관심 없는 영역에 1도 눈길이 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조금 성숙하게 성장하도록 경제관념 정도는 더욱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아무튼 내가 나일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그 패턴은 내가 스스로 결정짓는다. 어떤 포징을 할 것인가. 생기 있고 활발한 내가 되어 건강을 추구하고 평화를 기도하며 하루를 사는 것이 내게 의미 있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러한 내가 되도록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그 비법은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꾸준한 운동에서 비롯되고, 긍정적인 마인드셋이 나를 그렇게 성장시킨다.


7. 이를 깨달은 내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뿐만 아니라 존경하는 사람 몇몇에게서 받은 사랑 때문이며, 인생의 역경을 잘 극복해 나가고 지금 글을 쓰며 또다시 생각 많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사랑하는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또다시 좋은 것들을 베풀며 삶을 살아가야 한다. 스스로에게 좋은 음식, 좋은 몸, 좋은 옷, 좋은 것들을 잘 베풀고 그 사랑을 타인에게 베풀며 감사를 새기며 살아가는 나날들. 그것을 하기 위한 지금의 노력들.


8. 그래서 잘하고 있다는 점. 칭찬해 지금의 나! 또 운동을 할 필요를 느낀다. 마음이 심상치 않을 때는 물어본다. 운동하고 있니? 아니오. 운동해야겠지? 네..


9. 내일의 내가 할 일들이 있다. 또 내일의 내가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몇몇 퀘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거처가 분명하지 않은 현시점에서도 내 할 일들은 하나씩 잘 해결해야 한다. 운동하기, 공부하기, 감사하기.


10. 잘하고 있다. 아마 내일모레 출근하는 곳에서도 잘할 거다. 느낌이 좋기 때문. 불안해할 필요도, 벌써 생각이 많을 필요 없다. 출퇴근이 오래 걸리는 것만이 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할 뿐. 운동한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배우는 것이 더 많을 거라 추측된다. 처음 시작은 또 두근거리니까, 불안이라고 조금은 착각하고 있다. 겁먹을 필요도, 움츠러들 필요도 없다. 당당히 자신감 있게 성장하면 된다. 처음엔 못해도 돼. 너무 완벽하려고 애쓰지 말자.




생각나는 것들을 모조리 적었다. 오늘은 참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일기처럼 쓰는 브런치 글이나, 속이 다 후련하다. 종종 내 기억들에 이름을 지어줄 필요가 있을 때면 나는 늘 이렇게 글을 쓴다. 정리하고 다음 챕터 넘어가는 나, 제법 멋지다. 이번에는 이 과정의 텀이 다소 길었다. 회피하고 싶었지만 직면한 것도 대단해..! 사서 걱정하지 말고 사서 행동하고 건강 챙기는 25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햅삐 2025!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스물여덟 살에 네 번째 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