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감, 그리고 질투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by 잡생각 수집가

나보다 후배였던 한 사람이 있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다 여러 번 이직을 거쳤고,
어느 날 그의 연봉이 내 것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니, 괜찮은 척을 했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날 이후로 그 사람의 소식이 조금 불편해졌다.


그 사람이 나보다 열심히 살았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남에게 피해 준 것도 없다.
그냥… 그 사람이 너무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
그 얄팍한 거리감 속에서 질투가 자랐다


우리는 비교를 참 잘한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냥 본능처럼 한다.
심지어 그 비교는 꼭 위아래만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내가 이겨야 할 것 같았던 사람”에게 지는 순간
스스로가 실패한 느낌이 든다.
질투는 그때 솟아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재용은 참 편하다.
수백억을 벌어도, 글로벌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질투심이 들지 않는다.
애초에 ‘내가 갈 수 없는 세계’라는 걸 인정해버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와 대단하다”는 감탄으로 끝나버린다.


질투는 그렇게,
내가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거리에서 자란다.
그러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쉽게 질투의 대상이 되고,
내가 잘나갈수록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쟤는 왜 저렇게 됐을까’라는 의문이 자라날 수 있다.


사실 나도 그런 감정을 받은 적 있다.
꽤 오래전, 의도치 않게 내 연봉이 주변에 드러났던 적이 있다.
이후로 어떤 사람들의 눈빛과 말투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직접적으로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기분은 눈빛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



그 일을 계기로 깨달았다.
모든 걸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좋은 건 아니구나.
잘되면 잘된 대로, 못되면 못된 대로
그 감정의 굴곡은 결국 ‘관계’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좋은 일이 생겨도 조용히 웃고,
힘든 일이 생겨도 굳이 말하지 않는다.
모두가 나를 이해할 거라는 기대를 버리고 나니
관계가 한결 편안해졌다.


우리는 누구와도 완전히 동등해질 수 없다.
비교는 멈추기 어렵고, 질투는 어디에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적당한 거리만이 유일한 방어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말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보호하고 있다.
그게 솔직하지 못한 거라면…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내가 무너지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니까.


대신, 정말 믿을 수 있는 몇 사람에겐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

나를 지키는 적당한 거리 안에서도,
아주 가끔은 진짜 온기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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