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리뷰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당신을 사랑했더라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최악의 다른 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수많은 선택 속에서도 또 다른 선택을 하는 율리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의 이상향과 사랑은 빠져들었다고 생각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는 뒷바탕에는 많은 문제에도 포기하지 않는 성격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가 아닌 정신과 감정을 좇던 율리에는 사람 자체를 담는 일을 선택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 무엇이든 해내며 끊임없이 변화를 마주하는 율리에 와 그를 아우르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로 하여금 최악의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큰 힘을 싣는다. 좀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 여자와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랑은 왜 그에게 있어서 최악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율리에는 정착하지 못한 채 지나간 시간 앞에서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편안함 앞에서 족쇄를 느끼기도 하고 낯섦에서 자유를 느끼며 또 다른 선택을 한다. 율리에는 현재의 감정과 지금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감정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것들을 남겨둔 채 세상이 멈춘 것처럼 끊임없이 달린다. 그렇게 도착한 사람과 사랑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이 놀라우면서 동시에 부러웠다. 도저히 쉽지 않은 그 선택은 자신을 위해, 자신에 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것 중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 없기에 더더욱 그랬다. 현실을 생각하면 과거와 현재를 제쳐두며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선택할 수 없었을 텐데도 그는 온몸으로 혼란에 부딪힌다.
그가 지나쳤던 것들에 의해 다시 배우기도 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아가고 생각으로 그치지 않는 행동은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자신의 본질을 찾아간다. 받아들이는 의연함과 현재에서 비롯된 미래를 잃었을 때, 찾아오는 감정이 내가 사라지면 내가 기억하는 너도 사라질 거라는 말로 남는다는 것도 그가 했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가 했던 선택이 결코 쓸모없는 행위가 아녔음을 방증한다. 수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후회하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하는 이유인가 보다.
하지만 그 사랑에도 끝은 존재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들이 흩어져 사라지고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을 마주한다. 사랑할 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최악이었던 내가 보였다. 사랑할 땐 최악이 되었던 '나'는 '나'를 사랑하기에 더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수많은 챕터를 넘기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가 했던 선택과 사랑은 그저 치기 어린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르나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욕심, 누군가에겐 상처였던 율리에의 사랑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며 진정으로 원하던 사랑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