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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04. 2022

마른 우산과 마르지 않은
마음 사이의 우리.

영화 <어제 내린 비> 리뷰

어김없이 갈등이 이어지는 지하철에서 들려오는 어떤 소리에 풍경을 바라다 본 민조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그동안 힘겹게 상상도 못한 일들을 해내던 주인공이 영환을 들여 수박을 먹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스쳐지나 보내며 그저 스치는 바람에 마음을 날려보낼 수 밖에.

여름의 시작에서 바라본 영화 '어제 내린 비'. 윤혜리 배우님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아쉬울 만큼 여운 깊었던 영화였다. 분명 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데, 억지로 손아귀에 쥐려고 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얼굴을 찡그리게 만든다. 청량한 여름의 시원함보다 뜨겁고 끈적끈적한 현실을 보여주듯.



비가와도 시원하지 않은 그때의 여름의 민조는 아침엔 곤계란이, 점심엔 냉면 위의 계란과 남자친구가 뉴스에 나오는 일까지 겪게 된다. 혼돈 그 자체의 민조는 결혼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이별통보, 예식장 취소, 신혼여행 취소, 캐리어 환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기 시작한다. 달력의 5월 18일을 가리듯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지우려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비는 이미 내렸고 마른 우산은 집으로 들고 들어와야 했다.



불안정한 마음이 가져다주는 갈등 사이에서 들려오는 어떤 말이 주는 영향력이 있었던 걸까.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던 민조가 마른 우산 대신 접을 수 없는 영환을 들여 시원한 바람에 시원한 수박을 먹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스쳐지나 보내며 그저 스치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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