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리뷰
고전은 늘 사람의 초심을 되찾게 만드는 원동력을 가져다준다. 내가 끊임없이 고전 작품을 즐겨보는 이유다. 어떤 노력을 해도 그 작품들을 모두 보는 데에 한계가 있고 모든 의미를 다 받아들이기엔 힘들겠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많은 영화를 보고 싶다는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2000편이 넘는 영화를 보며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지 않는 영화는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문득 떠올렸다. 익숙한 감독들의 이름이 스쳐 지나가며 그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시도하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시대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기존과는 다른 흐름으로 시대를 앞서나간다는 점이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끊임없이 색다른 시도를 하며 뚜렷한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영화가 딱 여기에 해당하는 영화이다. 바로 진 켈리 감독의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영화이다. 1952년 3월 27일에 개봉한 뮤지컬 영화로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연하지 않아 더 특별했던 영화를 지금 만나보자.
1927년의 할리우드, 무성영화의 인기로 인기 배우 돈 락우드와 리나 라먼트의 유명세도 하늘을 찌른다. 오직 그들만이 주목받는 이곳은 영화사 모뉴멘털 픽처스의 새 영화 'The Royal Rascal'의 시사회 현장이다.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고 질문에 대답하며 본격적으로 시사회를 마치게 되는데, 시사회 뒤풀이 파티장으로 향하던 돈은 팬들에 의해 도망가게 되고 우연히 캐시 셀든의 차를 타게 된다. 돈을 알아보지 못하는 캐시는 그의 관심이 부담스러웠고 돈의 영화와 영화배우에 대한 폄하는 말다툼으로 이어지게 된다. 파티장에 들어서게 된 돈은 그곳에서 코러스 걸로 일하고 있는 캐시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우연일지 악연일지 모를 일을 겪는다.
그 일로 인해 캐시는 해고가 됐지만 다른 영화 현장에서 단역으로 일하며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녀를 찾아 나서던 돈과 다시 만나게 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 한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유성 영화가 대박을 터트린 가운데, 뮤지컬 영화의 전성기가 찾아온다. 경쟁사 워너 브라더스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가 흥행했기 때문에 모뉴멘털 픽쳐스 또한 '결투하는 기사'를 유성 영화로 바꿔 찍도록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모두가 유성 영화의 기술적 노하우가 없었던 터라 모든 결과물이 엉망이 되어버렸고 시사회는 말 그대로 '폭망'. 대배우의 명성으로 영화를 상영하기엔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참혹했고 이대로라면 망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결투하는 기사'를 뮤지컬로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캐시의 도움으로 립싱크를 한다면 리나의 목소리 또한 수습할 수 있다고 말한다. 6주의 재촬영을 거쳐 뮤지컬 영화로 탈바꿈한 '춤추는 기사'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게 된다.
영화 속의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일방적인 사랑, 양방향의 사랑. 사랑이라는 공통점과는 다르게 현재 감정이 위치한 방향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은 각기 다른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특히 순식간에 찾아오는 사랑처럼 강제할 수 없는 마음의 형태를 ‘비’에 비유하는 것이 굉장히 로맨틱하게 다가왔다. 비는 순식간에 찾아와 마음을 뒤흔들 수 있지만, 그 속에는 강제적이거나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이 담겨있다. 이러한 감정의 다채로움을 '비'에 비유하여 아름답게 표현된다. 일반적으로 비 오는 날씨는 흐리고 철벅거리고 축축하게 느껴져 우울하고 우중충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들에게 비는 기분 좋은 ‘내림’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날씨와는 상관없이 서로에게 나오는 사랑의 온기와 안정감에 집중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랑의 힘이 필요한 요즘과 딱 어울리는 영화이다.
영화의 개인적 감상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는 참으로 사랑스럽다. 영화 속의 영화라는 연출이 지금의 시대에는 익숙하지만, 지금보다 더 오래된 그 시대에는 당연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이 영화는 그 특별함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아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영화 중 하나가 아닐지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며 떠오른 영화는 데미안 셔젤 감독의 <바빌론>이었다. 이 영화의 현대판 해석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이 닮아있었다. 1920년대 할리우드,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던 격동기를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고 또 적응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그린다. 배우의 전성기와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변화를 다뤘다는 것이 같지만 딱 하나 다른 건, 주인공의 결말일 것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가 시대가 변화했지만, 그 시대에 적응하여 빛을 보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라면 <바빌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이처럼 삶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며 변하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미래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대를 담는다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빨리 지나가 버리는 시간은 적응도 하는 것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화 바빌론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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