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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23. 2024

목 안을 가득 채운 까끌한 모래와 데일만큼 차가운 절망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리뷰


조지 밀러 감독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2024년 5월 22일 개봉한 영화이다. 이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프리퀄로, 9년 만에 돌아온 매드맥스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그 뜨거운 여정이 일어나기 직전의 일을 다뤘다. 황량한 사막 위에서 목숨을 건 분노의 질주가 펼쳐진다. 영화의 촬영 기법과 시각 효과가 인상적이며, 특히 사막의 모래바람이 눈에 닿은 것처럼 목안에 가득한 것처럼 까끌까끌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멸망한 세상,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도래했다. 대혼란의 시대는 인류를 위협했으며 희망보다는 절망이 지배한 상황이었다. 풍요로운 지대인 녹색의 땅에 살던 퓨리오사는 바이커 무리에 납치된다. 퓨리오사의 어머니 메리 조 바사가 바이커 무리를 추격하지만 끝내 딸과 재회하지만 바이커 호드의 우두머리인 디멘투스에 의해 눈앞에서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 후 퓨리오사를 ‘리틀 D'라고 칭하며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디멘투스는 시타델을 정복하기 위해 임모탄을 찾아갔고 워보이와 주민들을 선동하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그에 포기하지 않고 가스타운을 침공하여 차지하고 임모탄과 협상의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협상의 자리에서 물과 식량 보급량을 늘리는 대신 퓨리오사와 메카닉을 임모탄에게 넘기게 된다.

그렇게 임모탄에게 넘겨진 퓨리오사는 임모탄의 미래의 아내가 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퓨리오사는 그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화물꾼 소년으로 변장한다. 그리고 침묵을 선택하여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며 살아가는 한편, 시타델의 근위대장 잭은 퓨리오사의 자질을 알아보고 그를 열심히 훈련시킨다. 긴 시간이 지나 임모탄은 가스타운을 엉망으로 운영하여 생산량도 거래량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디멘투스로 인해 고심한다. 퓨리오사와 잭은 더 나아가 무기농장을 점령하려는 디멘투스를 처단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동시에 다시 돌아갈 기회임을 포착하게 된다. 과연 퓨리오사는 녹색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퓨리오사는 디멘투스와 임모탄을 만나며 황량한 사막의 비정함을 피부로 느낀다. 고향을 떠나오면서 눈앞에 끊임없이 펼쳐지는 폭력에 노출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신속하게 행동하며 타인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이것은 황무지가 자신에게 몸소 알려준 자연의 법칙이었다.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말들은 수없이 허공에 맴돌아 자신에게로 돌아와 더 큰 갈망을 불러온다. 그리곤 몰래 그려둔 별자리 지도의 끝에 녹색의 땅을, 머리카락 속에 감춰둔 희망의 씨앗을 언젠간 희망을 피우리라 다짐한다. 퓨리오사에게 있어서 자신 앞에 놓인 그 수많은 잔인함에 맞설 수 있는 용기는 희망이라는 힘이었다. 액션이 펼쳐지던 화면 속에서 수많은 죽음이 휘몰아치고 그 죽음 위에서 희망의 씨앗을 심는 퓨리오사의 여정이 끝을 맺게 된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이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펼쳐질 힘겨운 여정을 떠올려보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의 질주를 위해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분노의 질주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흥분이 밀려오기도 한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뒷 이야기가 궁금했던 관객들은 어수선하고 뚝뚝 끊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액션도 많지 않아서 이전의 시리즈에서 기대했던 부분이 충족되지 않아 아쉽다고 느낄 것이다. 이 영화에는 '분노한 맥스'와 '기타 맨'이 등장하지 않지만, 퓨리오사의 과거를 다루어 그녀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퓨리오사가 어떻게 강인하고 뛰어난 판단력을 가진 전사가 될 수 있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꼭 봐야 한다. 그녀가 왜 그렇게 녹색의 땅을 갈망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지, 녹색의 땅이 황폐화되었다는 소식에 분노하던 이유 또한 이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퓨리오사'라는 캐릭터에 애정이 있는 관객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어린 퓨리오사를 연기했던 알릴라 브라운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안야 테일러 조이로 이어지는 흐름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확장된 세계관과 인물 간의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사막의 비정함을 잘 표현한 영화이다. 세상이 멸망하여 한정적인 자원 속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흔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도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사람은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속내를 가지고 있어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부분을 잘 묘사했다. 그래서 그 누구의 편을 들 수 없을 만큼 인물들의 선과 악을 함부로 결정지을 수 없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과 그 속에서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는 그 이기심이 세상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절망감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속에서도 자신의 올곧은 정의를 옮겨가는 사람을 통해 다시 희망을 느끼게 된다. 물론 사람은 완벽할 수 없지만 끝나지 않을 복수를 털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계속해서 나아가는 퓨리오사의 발걸음을 뒤따라가는 영화의 올곧음이 마음에 와닿았다. 영화를 본 후 전 시리즈를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다가올 매드맥스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45년 동안 이어진 이 시리즈가 기다릴만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끝을 맺었으면 좋겠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리뷰


https://brunch.co.kr/@mindirrle/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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