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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Sep 05. 2024

추억 소환은 성공적, 다만 2%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건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 리뷰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2024년 9월 4일 개봉한 영화이다.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개막작이며 비경쟁 부문 초청작이기도 하다.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유쾌한 유머와 독특한 세계관이 잘 버물려져 큰 사랑을 받았던 <비틀쥬스>의 분위기를 그대로 끌고 왔다. 36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으로 원년 배우들의 출연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웃음과 함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리디아는 유령과 대화하는 영매, 토크쇼의 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딸 아스트리드는 그런 엄마가 부끄럽고, 귀신을 믿는 것 자체를 불신하게 된다. 엄마의 연락은 항상 무시하고 대화조차 잘 나누려 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 찰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장례를 위해 윈터리버로 향하게 된다. 엄마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아스트리드는 방황하던 중 함정에 빠져 저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리디아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존재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 비틀쥬스는 리디아를 돕는 대신 전에 이루지 못한 결혼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이번 영화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아담 부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 자리를 새로운 캐릭터들이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잘 다뤄지지 않는다.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의외라고 생각했던 인물은 비틀쥬스였다. 36년 전의 미치광이 악당 유령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번 영화에서는 리디아를 향한 순정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나도 모르게 영화를 보면서 이 정도면 비틀쥬스를 허락해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해를 끼치는 일도 없었고 오히려 리디아를 도와주려고 한 것일 텐데 영화에서는 악역 취급을 당하는 게 오히려 안타까울 정도였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웃음 속에 씁쓸한 현실을 녹여낸다. 특히,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는 모습은 이승과 저승, 어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새로운 캐릭터와 연결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기도 하다. 어릴 때, 염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던 리디아가 엄마가 되자 또 그때의 고충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 리디아와 새엄마의 관계, 그리고 리디아와 아스트리드와의 관계를 통해 "자식을 기르면 다 같아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 어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기쁨과 함께 책임과 희생을 동반하며, 때로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전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유명한 웬즈데이가 생각나기도 하는 <비틀쥬스 비틀쥬스>. 추억을 되새기기에도, 그때의 팀 버튼 감독을 떠올리기에도 좋은 영화였다. 연출과 웃음코드가 그때로 돌아간 듯 생생하고 촌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야기 전개가 좀 아쉽게 느껴진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며 기존 작품에서 궁금했던 부분들을 여기서도 볼 수 없었다. 특히 비틀쥬스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나 36년 간의 이야기를 간략하게라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웃음과 함께 삶의 허무함을 넌지시 드러내고, 죽음 뒤에도 펼쳐질 세상을 통해 죽음이 그리 무섭지만은 않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블랙 코미디의 매력이 돋보인다. 영화를 더욱 잘 즐기고 싶다면 전작 <비틀쥬스>를 감상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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