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 리뷰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2024년 9월 4일 개봉한 영화이다.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개막작이며 비경쟁 부문 초청작이기도 하다.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유쾌한 유머와 독특한 세계관이 잘 버물려져 큰 사랑을 받았던 <비틀쥬스>의 분위기를 그대로 끌고 왔다. 36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으로 원년 배우들의 출연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웃음과 함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리디아는 유령과 대화하는 영매, 토크쇼의 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딸 아스트리드는 그런 엄마가 부끄럽고, 귀신을 믿는 것 자체를 불신하게 된다. 엄마의 연락은 항상 무시하고 대화조차 잘 나누려 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 찰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장례를 위해 윈터리버로 향하게 된다. 엄마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아스트리드는 방황하던 중 함정에 빠져 저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리디아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존재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 비틀쥬스는 리디아를 돕는 대신 전에 이루지 못한 결혼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이번 영화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아담 부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 자리를 새로운 캐릭터들이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잘 다뤄지지 않는다.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의외라고 생각했던 인물은 비틀쥬스였다. 36년 전의 미치광이 악당 유령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번 영화에서는 리디아를 향한 순정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나도 모르게 영화를 보면서 이 정도면 비틀쥬스를 허락해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해를 끼치는 일도 없었고 오히려 리디아를 도와주려고 한 것일 텐데 영화에서는 악역 취급을 당하는 게 오히려 안타까울 정도였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웃음 속에 씁쓸한 현실을 녹여낸다. 특히,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는 모습은 이승과 저승, 어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새로운 캐릭터와 연결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기도 하다. 어릴 때, 염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던 리디아가 엄마가 되자 또 그때의 고충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 리디아와 새엄마의 관계, 그리고 리디아와 아스트리드와의 관계를 통해 "자식을 기르면 다 같아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 어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기쁨과 함께 책임과 희생을 동반하며, 때로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잘 전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유명한 웬즈데이가 생각나기도 하는 <비틀쥬스 비틀쥬스>. 추억을 되새기기에도, 그때의 팀 버튼 감독을 떠올리기에도 좋은 영화였다. 연출과 웃음코드가 그때로 돌아간 듯 생생하고 촌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야기 전개가 좀 아쉽게 느껴진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며 기존 작품에서 궁금했던 부분들을 여기서도 볼 수 없었다. 특히 비틀쥬스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나 36년 간의 이야기를 간략하게라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웃음과 함께 삶의 허무함을 넌지시 드러내고, 죽음 뒤에도 펼쳐질 세상을 통해 죽음이 그리 무섭지만은 않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블랙 코미디의 매력이 돋보인다. 영화를 더욱 잘 즐기고 싶다면 전작 <비틀쥬스>를 감상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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