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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31. 2022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마주하게 된 현실과 영화 사이.

영화 <부스럭> 리뷰


헤어진 사이인 현철과 미진은 함께 했던 시간을 마무리하며 서로 다른 길을 간다. 집에 돌아온 미진은 그사이에 섞인 현철의 짐을 발견하고 세영은 그것을 돌려주러 현철의 집으로 가게 된다. 집에 들어가는 순간 바뀌는 분위기와 예기치 못한 상황은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하게 세영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어떤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는 현철과 그 주변의 물건들이 왠지 모를 공포를 자극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의 당황스러움이 두려움으로 바뀐다. 다시 돌아온 미진의 집은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 뭔가가 이상하다. 자신의 겉도는 모습과 다시 재회한 사람이 이질적이지만 늘 보던 광경처럼 느껴진다.



어떤 믿음이 진짜일까. 지금 이 세상은 진짜일까?




확신할 수 없는 어떤 믿음에 대해서 날카롭게 찌르는 ‘부스럭’. 휴대폰이라는 물체를 통해 왠지 모를 기시감을 선사하며 의도적으로 드러나는 카메라와 웃는 현철의 표정이 공포감을 전한다. 하지만 변하는 상황과 시간 속에서도 존재하는 어떤 사랑에 대한 표현이 말보다는 창문의 하트를 통해서 전달되는 사랑의 지속성이 꼿꼿하게 서 있다. 현실과 허상을 넘나드는 세계관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다가가는 순간 그 경계마저 희미하게 느껴진다. 휴대폰이라는 매체가 생긴 만큼 과도하게 부풀어 나는 소통의 공간이 또 다른 족쇄가 되는 부분이 잘 표현되었다. 상황을 통해 확신한 생각이 사실, 사실이 아니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하며 또 다르게 느껴진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 영화는 곱씹어 볼수록 더 맛있고 끝나는 순간 다시 시작된다. 부스럭 이라는 소리가 물건을 찾을 때, 나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불청객이 일으키는 어떤 소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확신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한다.


지금 서있는 그 공간은 당신의 세계가 맞냐고.



힐링 로맨스물인 줄 알았던 이 영화는 로맨스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아르곤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천우희 배우와 조현철 배우의 조합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의 연출이 더욱 기대되는 조현철 감독과 이태안 감독의 부스럭. 간만에 재미있는 단편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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