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바퀴 밑에 커진 동그라미
다음날 아침이었어요.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 해님이 모루와 아빠를 흔들어 깨웠어요. 어젯밤에도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온 아빠는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웠어요. 모루는 눈을 번쩍 뜨고 현관으로 달려갔어요.
‘가만 볼까?’
모루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살짝 열었어요. 옥상에는 밤새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어요. 문 뒤에 뭔가 묵직한 게 걸려 있었어요. 빨간 쇼핑백이었어요. 모루는 맨발로 뛰쳐나가 쇼핑백을 열어 보았어요. 그러자 그 속에서 삼십육 색 크레파스와 초록색 루돌프 그림 카드가 나왔어요. 크레파스 상자를 열자 금색, 은색 크레파스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아, 새콤달콤한 귤색도 있고 우아한 상아색도 있었어요. 모루는 얼른 카드를 꺼내 읽어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