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공영 Nov 08. 2024

동화: 모루의 크리스마스 선물-10

-자전거 바퀴 밑에 커진 동그라미

 만년필로 마구 휘갈겨 쓴 글씨는 분명 산타 할아버지의 필체였어요. 


 ‘아, 꿈만 같아.’


 모루는 너무 기쁜 나머지 맨발로 눈밭을 폴짝폴짝 뛰었어요. 


 “모루야, 노올자. 눈 많이 왔다.”


 그때 골목에서 경태와 아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모루는 옥상 난간으로 달려가 골목길을 향해 크게 소리를 쳤어요.


 “경태야, 아리야, 나도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았다!” 


 모루는 옷을 주섬주섬 껴입고 밖으로 나갔어요. 골목길에는 동네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며 놀고 있었어요. 모루도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뭉쳤어요. 문득 수지 할머니네 대문 앞에 자전거 바퀴 자국이 길게 나 있는 게 보였어요. 


 ‘응?’


 모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전거 바퀴자국을 따라 눈을 굴리기 시작했어요. 자전거 바퀴자국은 고불고불한 골목길을 지나서 비탈길 아래 길모퉁이에서 뚝 끊겼어요. 


 자전거 수리점 안에는 지노 삼촌이 난로 앞에 앉아서 꾸벅 졸고 있었어요. 지노 삼촌의 점퍼 호주머니에는 초록색 루돌프 그림 카드가 여러 장 비어져 나와 바닥에 떨어져 있었어요.


 모루는 어느새 자전거 바퀴만 해진 눈덩이를 안고 가만히 중얼거렸어요.


 ‘모루의 산타 할아버지는 지노 삼촌이 틀림없어.’


 라고 말이지요.


 <끝>

이전 09화 동화: 모루의 크리스마스 선물-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