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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Feb 07. 2024

소유적 삶은 얼마나 가여운가

인생학교에서 그림책 읽기


아주 행복한 곰이 있었습니다. 곰은 아침마다 두 팔을 활짝 벌려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곰은 빈 수레를 발견합니다. 곰은 수레를 보며 하루 종일 생각에 잠깁니다. 수레에 무엇을 채우면 좋을까 하고.   


곰은 수레를 끌고 다니며 물건들을 하나둘 주워 담습니다. 곧 수레 안은 이런저런 물건으로 가득 찹니다. 그렇지만 수레에 물건을 채우느라 허리를 펼 시간조차 없습니다. 수레 안에 물건들이 채워질수록 곰은 바닥만 보고 다닌 까닭입니다. 곰의 허리는 점점 구부정해집니다.


결국 무게를 견디지 못한 수레는 부서지고, 물건들은 굴러 떨어집니다. 곰은 그 사실도 모른 채 계속 물건을 찾아 헤맵니다. 나무가 자신에게 쓰러지는 것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때 종달새가 소리칩니다.

“조심해! 나무가 쓰러져!”


종달새의 다급한 외침에 곰은 정신을 차립니다. 급히 수레를 팽개치고 나무를 피합니다. 그제야 곰은 자신을 돌아봅니다. 자신의 텅 빈 수레를 바라봅니다. 수레 안은 무엇 하나 남지 않았습니다.


곰은 그제야 하늘과 나무, 종달새를 바라봅니다. 오랜만에 보는 하늘입니다. 곰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종달새에게 감사인사를 합니다. 곰은 수레를 버리고 종달새의 노래를 따라 천천히 걸어갑니다.


이 이야기는 앙드레 프리장이 지은 그림책 《곰과 수레》의 내용입니다. 현대 소비주의에 빠져 주변의 아름다움을 음미하지 못하고 소유론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리는 누가 얼마나 소비하느냐에 관심이 많습니다. 소비는 일상이 되었고, 소비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소비가 낳는 부작용입니다. 지나친 소비문화는 환경오염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많은 소비를 해도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그게 또 소비를 부추깁니다.


허리를 펼 틈도 없이 수레를 끌고, 자꾸만 무언가를 채우는 곰.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무슨 일이든 찾아 나서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어느새 물질중독, 쇼핑중독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를 상징하는 라벨이 되었습니다. 눈앞에 나무가 쓰러져 곰이 정신을 차린 것처럼, 우리는 언제쯤 소유적이고 소비적인 삶을 멈추고 존재가 주는 경이로움에 눈을 돌릴 수 있을까요? 삶이 주는 아름다움과 풍성함을 경험하게 될까요? 그림책은 그 질문과 함께 답도 안겨줍니다.


#그림책이 선생이다

#곰과수레

#인생학교에서그림책읽기

#명상인류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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