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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Apr 03. 2024

당신은 당신입니다

인생학교에서 그림책 읽기


있는 그대로 자신을 수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수용은 의도를 가지고 상황을 선택하고 그다음에 할 일을 기획하는 것입니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할 때 긴요한 자세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수용을 포기나 체념으로 여깁니다.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입니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작은 조각》의 주인공 페체티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자신이 온전한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게 많다고 과소평가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부족을 메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필요한 일이지만 지나치면 문제가 됩니다.


덩치도 크고 용기도 있고 뭐든 척척해내는 친구들을 보면 움츠러들고, 힘세고 빠르고 높이 나는 친구들을 보면 자신에게 의문을 던집니다.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할까.


급기야 자신감이 떨어진 그는, 자신은 틀림없이 누군가의 작은 조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난 누군가의 작은 조각이야. 누군가의 일부가 틀림없어.”


페체티노는 그 ‘누군가’를 찾아 나서기로 니다.

그는 여행길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그때마다 “내가 너의 작은 조각일까?” 하고 묻습니다.


그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그럴 리 없다, 는 것이죠.

“나한테 한 조각이 모자란다면, 내가 어떻게 달릴 수 있겠니?”


그렇게 하기를 여러 번, 그는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질문이니 당연한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 나선 끝에, ‘지혜로운-이’를 만납니다. 페체티노의  물음에 그는 대답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쿵쾅 섬에 가 보렴.”


돌투성이 쿵쾅 섬에 간 페체티노. 실수로 넘어지고 깨집니다. 그 바람에 온몸이 산산조각이 나지요. 여러 개로 부서진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던 페체티노는, 그 순간, 번쩍 하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자신 또한 길에서 만난 수많은 이들처럼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비로소 깨치게 됩니다.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페체티노. 자신을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나는 나야!”


그림책 《작은 조각 페체티노》 세상에 나온 것은 1975년.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깊은 울림을 니다. 페체티노의 메시지가  이 시대에도 유효하기 때문이겠지요.


누구나 남들에게는 있고 나에겐 없는 것을 떠올릴수록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비교는 늘 우울을 불러일으키죠.


레오 리오니는 말합니다. 페체티노가 "나는 나야!"라고 외쳤듯이, 당신 자신의 존재방식을 존중하고 스스로를 신뢰하고 수용하라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당신은 완벽하진 않지만 이미 나무랄 데 없는 온전한 존재이니까요. 그걸 믿고 안 믿고는 당신의 자유지만, 그렇게 믿어보고 사는 것도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겁니다.


'당신은 당신입니다.'


#그림책이선생이다

#인생학교에서그림책읽기

#당신은당신입니다

#레오리오니_작은조각

#명상인류로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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