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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Apr 08. 2024

물 위를 떠다니는 병

지금, 여기


생선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도시에 사는 사촌에게서 편지 한 장을 받았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도시의 가게들은 자신들이 파는 물건을 외부에 광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물건을 파는지 사람들이 알기 쉽게 가게 문과 창문에 커다란 간판을 내건다는  것입니다.  


편지를 받고 고무된 생선 가게 주인은, 가뜩이나 장사가 되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좋은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즉시 ‘매일 신선한 생선 판매’라는 글을 쓴 간판을 내걸었습니다.  


가게 앞을 지나던 한 사람들이 간판을 보고 들어왔습니다.  

“이 간판은 논리에 맞지 않아. 신선하지 않은 생선을 판다고 광고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야.”


그 사람이 나가자 새로운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간판이 너무 과장 광고라고 생각하지 않아? 어떻게 매일 신선한 생선을 팔 수가 있어? 태풍이 불거나 폭설이 내리면 이곳(헤움)까지 생선이 오는 데 보름이 걸리잖아. 그런데 어떻게 매일 신선한 생선을 판매한다는 거지? 양심에 어긋나게 장사를 하면 안 되는 거야?”


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조언을 했습니다.

“생선을 판다고 가게 문에 써 붙이면, 생선밖에 팔지 않은 가게에 누가 들어오려 하겠어? 지금도 생선 외에 각종 해산물을 팔고 있지 않은가? 이 간판은 장사에 방해만 될 뿐이야.”

 

생선 가게 주인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말이 옳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게 문에 ‘생선’이라는 글자를 이렇게 크게 써 붙일 필요가 있을까? 모두가 저만치에서부터 이미 자네 가게에서 나는 생선비린내를 맡는데, 오히려 글자가 비린내를 더 자극할 뿐이라고.”


이 말까지 들자, 생선가게 주인은 간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결국 주인은 간판을 떼어냈습니다. 그런데 간판까지 떼자, 전보다 손님이 없었습니다. 가게 안은 더 썰렁했습니다.  손님이 없으니 생선은 상하게 되고 주인은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생선 가게 주인은 지혜롭다는 랍비를 찾아갔습니다.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 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의 말을 귀담아듣던 랍비가 입을 열었습니다.


“신께서 그대가 하는 모든 일에 도움을 주고 계시다는 믿음을 잊지 말아야 하네. 하지만 그 믿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그대 쪽에서도 열심히 노력해야 하네. 손님들이 그대 가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가게 문과 창문에 ‘매일 신선한 생선 판매’라고 크게 간판을 내걸면 어떻겠는가?”  


이 이야기는 시화 시인이 엮고 쓴 《인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우리 역시 중심을 잡지 못하면 생선가게 주인처럼 되기 십상입니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유리병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은 당연지사.


다른 이들의 조언과 충고는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그들의 조언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버려야 할 것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분별의 지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간판을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는, 서글프고 억울한 인생의 문을 열게 됩니다.


*숙고명상

스스로 팔랑귀를 가졌다고 말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타인의 말을 들으면 귀가 솔깃해져서 그가 말한 대로 당장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안달 내는 사람이 그런 부류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줏대, 또는 중심을 잡으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진정으로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깊이 숙고해야 한다. 그래도 답을 얻지 못했다면 머리가 아닌, 가슴에게 물어보고 가슴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분이야기숙고명상

#지금여기

#물위에떠다니는병

#류시화_인생우화

#결정장애

#가슴에게물어보기

#명상인류로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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