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사람을 살리는 마음

우리 곁의 감동

by 심월


얼마 전부터 세종실록을 다시 읽고 있다. 한때는 1년 반만에 완독할 만큼 가까이 두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숙종실록과 영조실록을 이어 읽으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렇게 다시 펼친 세종실록은 여전히 깊고 따뜻했다. 오늘 읽다가 멈춘 대목은 세종 4년의 한 사건이었다. 의천 고을의 백성 임성부가, 갑질을 일삼던 본궁의 종 원장이 고을 아전에게 욕을 당하는 걸 보고 한마디 한 게 화근이었다.

“세력을 믿는 자도 욕을 당하는가.”


이 말은 당사자인 원장의 미움을 샀고, 거짓으로 꾸며져 “임금을 모욕한 불충한 자”라는 죄로 바뀌었다. 결국 관에 끌려간 그는 자백을 강요받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세종의 눈에 들어가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대질도 하지 않았다니, 이 공초는 틀렸다.”(세종 4년 10월 9일)

임금은 사건을 다시 살폈고, 마침내 거짓이 벗겨졌다. 죽을 뻔했던 한 사람이 살아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을 읽으며 가슴이 울컥했다. 단순히 명판결이어서가 아니었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달랐던 것이다. 대부분은 이미 굳어진 결과를 따라가지만, 세종은 그 안에 숨은 진실을 끝까지 다시 물었다. 억울한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판단을 바꾸게 한 것이다.


며칠 뒤 이어진 기사에서 세종은 신하들을 엄하게 꾸짖는다.


“죽을죄에 대하여는 살릴 수 있는 도리를 구할 것이요, 중한 죄에 대하여는 가볍게 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야 할 터인데… 죽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실정과 거짓을 잘 살피지 않고 위엄으로써 핍박하여, 죄가 없는 사람에게 극형을 내리니, 만약 이를 믿고 죄를 처단한다면, 이 어찌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게 되지 않겠느냐!”(세종 4년 10월 24일)


그리고 세종은 진실을 살피지 않고 사람을 몰아넣으려 한 관리들을 처벌한다.


이런 세종을 보며 법의 본래 자리가 어디인지를 다시 보게 된다. 법은 단지 죄를 가르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기준이 되어야 한다. 옳고 그름을 가르는 일보다 한 사람의 삶을 지켜내는 일이 더 깊은 정의여야 한다.


법왜곡죄가 이슈가 되는 이즈음, 세종 때나 지금이나 귀히 여겨야 할 법의 사명은 다르지 않을 터이다. 죄를 다스리는 마음보다, 사람을 살리는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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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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