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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Mar 20. 2017

먹고, 마시고, 취하라

Day 5-7, Barcelona, Spain



#거리 위에 잠들어도 그곳이
  바로 자유시 자유구 자유동

  우리들의 한숨소리는 곧 희망의 노래 
  오늘은 피할 수 없었지만

  내일은 맞이할 수  있잖아

  오늘은 잊자 마시고 다 잊어버리자

  리쌍 - 알콜 Man 中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인사를 우리는 '식(食)'으로 정했다. 끝도 없이 마시고 먹기. 가장 우리 다운 선택이었으며, 이별의 아쉬움을 우리들만의 흥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미리 점찍어둔 음식점인 'La Paradeta'

수산시장과 음식점이 결합한 형태이다. 노량진 수산시장과 비슷한 시스템. 각종 싱싱한 해산물이 눈 앞에 깔려 있고, 해물 종류와 무게를 선택한 후 요리 방식(튀김, 구이, 찜 등)을 주문하면 된다. 눈 앞에서 바로 무게를 달아 주방으로 넘어가고 즉시 조리가 되어 나온다.


해물 요리로 유명한 스페인에서 거의 스테이크와 같은 육류 위주의 음식만 먹었기에, 마지막 날 해물로 원 없이 파티를 하자는 나름의 생각이었다.





복작복작한 사람들의 줄에 끼어들어 손짓과 짧은 영어로 어찌어찌 주문을 마쳤지만, 정신은 그 짧은 시간에 녹초가 되었다. 그 이유는 주문을 받는 남미 계열의 여성분이 '뜨링'이라고 계속해서 발음을 하는데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의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 거기서만 실랑이를 약 10분 동안이나 했다. 더군다나 계속해서 화를 내며 몰아붙이는 말투는 사람을 더욱 주눅 들게 만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뜨링'의 정체는 바로 'Drink'였다. 음료는 어떤 것을 주문할 것인지 물어봤던 것. 손으로 잔을 드는 제스처 한 번이면 쉽게 풀렸을 일을 이렇게나 끌다니. 아무튼 이때 기분은 꽤나 좋지 않았다.





우리가 주문한 요리는 총 3가지였다. 스페인식 오징어 튀김인 깔라마리와, 올리브유와 허브를 믹스하여 직화로 구워낸 랍스터와 맛조개. 마지막으로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까지.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이렇게 신선한 해산물을 또 맛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랍스터는 살이 가득가득 차 있었고, 포크질 한 번으로 살덩어리 통째가 떨어져 나올 만큼 신선했다. 그것을 그냥 바로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맛이란... 아까의 불친절이 단박에 해소될 정도였다. 금세 까먹는 단순한 성격도 일조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맛조개가 의외의 복병이었다. 랍스터야 뭐 워낙 맛있기로 유명한 식재료기에 딱 높은 기대만큼의 감흥이 있었지만, 그에 반해 큰 기대 자체가 없었던 맛조개였다.


그러나 잔모래 하나 씹히지 않는 살에 입혀진 풍부한 올리브유와 바질 소스의 향. 씹을수록 기름지고 고소한 맛은 요리로서의 맛조개를 다시 생각하게끔 했다. 또한, 레몬 한번 뿌리지 않을 정도의 신선함까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곤 오로지 화이트 와인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깔라마리는 그냥저냥 보통이었다. 처음 먹었을 때는 물론 엄청나게 맛있었지만 말이다.

튀김의 한계라고나 할까. 먹으면 먹을수록 계속해서 물렸다. 나중에 레몬을 뿌리고, 소스를 찍고, 와인을 곁들여도 해소되지 않는 느끼함이 있었다. 나머지 두 음식의 임팩트가 너무 컸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와인 한 병을 금세 비운 우리는 2차 장소로 이동했다. 사실 이 때도 이미 거하게 술이 오른 상태였다.



TAPS 24




2차 창소는 '셰프끼리 2'라는 방송으로 유명세를 떨친 타파스 바. 바로 'TAPAS 24'이다. 미슐랭 3 스타인 엘 불리 수석 셰프 출신이 오너로 있는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한번 습관이 무섭다고, 우린 바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이미 계산적인 생각은 저 멀리로 떠난 상태. 지금 당장의 만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었다. 우리 상황은 점점 줄어가는 초시계 사이에 놓인 것과 다름없었으니.


평일 늦은 시간 덕에 우린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가자마자 우린 샹그리아 피쳐 1개를 시키고 안주를 마구마구 주문하기 시작했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맥 푸아그라 버거에서부터 촉촉하고 쫄깃했던 문어 구이. 개당 몇천 원을 호가하는 신선한 굴과 소고기 조림까지. 마치 내일의 일정이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우린 먹고, 마시고, 취했다.


꼬인 혀로 이야기하는, 어느덧 반이 지나버린 여행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간 고등학교 때 이야기까지. 늘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언제 들어도 즐거운 이야기들. 그 이야기에, 그 향수에 취해 우린 계속해서 들이켰다.


그리고 그렇게 우린 바르셀로나를 떠나보냈다.

발그레한 얼굴로 숙소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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