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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Mar 21. 2017

그리움의 이름 '에펠탑'

Day 6-3, Paris, France



#안녕 너의 별에서 난 안녕

  그래 다른 별 아래로

  웃자란 그리움으로

  미련 빼곡한 수풀 위로

  이승환 - 그저 다 안녕 中





숙소에서 십여 분을 걷자, 에펠탑이 눈에 들어온다.



숨이 턱 막히는 아찔함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비현실적인 모습이다. 이토록 맑은 날씨와 일부러 흩뿌려놓은 듯한 구름까지. 동경해왔던 상상 속 막연한 에펠탑의 이미지를 현실의 풍경이 뛰어넘었다. 이깟 고철 덩어리가 뭐라고, 단숨에 마음을 빼앗긴다.


벌써 그립다. 벌써 아련하다. 지금 이 시간이 지나가고 이 풍경을 등지고 가면 영영 다시는 보지 못할 것만 같다. 수십 번의 셔터를 누르고, 계속해서 바라보아도 공허하다.


수많았던 여행 중에서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보통 여행지를 참 단순하게 정한다. 우연히 보게 된 몇 장의 사진에 너무나 강하게 이끌려 '다음은 여기야'라고 생각하고 그곳으로 떠난다.


홍콩의 야경, 태국의 왕궁, 말레이시아의 트윈타워, 상하이의 우전마을 등.

사진 속에서 보았던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되면, 간절했던 욕구의 해소와 동시에 임무를 완수한 것만 같은 성취감이 채운다. 마냥 좋다. 늘 그래 왔다. 그래서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파리 에펠탑의 모습은 예외다. 좋으면서 슬프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짝사랑을 하다 처음으로 말을 걸어본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그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 사람과는 절대 이어질 수 없을 것을 알아차리고 이내 체념한 기분이다. 외로워졌다. 비가 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이 처절하게 슬플 것만 같았다. 차라리 더욱 슬퍼지고 싶었다.


이래서 파리를 아껴두고 싶었나 보다. 이 외로움을 삼켜버릴 누군가와 함께 했어야 했다.


수많은 연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이 위로를 건넨다. 에펠탑과 겹쳐진 그들의 모습은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웠다.     


난 그날 무언가를 두고 왔다. 소중한 것이다. 아차 하고 놓고 온 것이 아니라 일부러 두고 왔다.


다시 값비싼 교통비를 지불하고라도,

이를 위해 휴가 며칠을 쓰더라도

꼭 다시 찾으러 와야만 한다.     


그렇게 꼭,

파리를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그땐 꼭 옆의 누군가와 함께해야겠다.

그리고 같이 에펠탑을 바라봐야겠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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