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자수 Jan 13. 2023

아이의 영혼에는 고유한 울림이 있다.

엉뚱했던 아이의 놀이시간





'깨어있는 부모'의 첫 시작에는 저자가 아이와의 겪었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서양에는 아이의 유치가 빠지면 이빨요정이 베개 밑에 돈을 넣어두고 간다는 전설을 이용해 아이에게 돈을 주는 풍습이 있다. 그런데 아이가 오히려 자신의 돈을 부모의 베개 밑에 넣어두고는 요정이 엄마, 아빠에게 선물을 주고 갔다며 해맑은 목소리로 재잘거린다.

그것도 지폐를 쭉 반으로 찢어 엄마 베개 밑, 아빠 베개 밑에 넣어두고선.


아이의 시각으론 엄마, 아빠 모두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기에 1달러의 반을 엄마에게, 또 그 절반을 아빠에게 주겠다는 순수한 의도였으리라.


어떤 장면인지 상상이 되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남의 자식이 이렇게 했다고 하면 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아이의 넓은 마음, 엄마 아빠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준 공평함에 대해 한없이 칭찬하면서 "아이가 너무 순수하고 예쁘다."라고 했을 테지만, 정작 내 자식이면 어떨까? 돈은 그렇게 찢는게 아니라는 걸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먼저 일어나지 않았을까?



저자 역시 순간, 머리와 가슴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 엄마, 아빠가 행복해할 모습을 기대하며 눈을 반짝이고 있는 아이에게 가르침보단 아이의 공평함과 관대함에 고마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 속에서 첫째 아이의 엉뚱했던 일이 함께 떠올랐다.

바야흐로 아이가 세돌 즈음(32개월), 네살때의 일이다.

그때의 나는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허름한 수유티, 무릎이 다 나온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있는 ... 육아와 살림에 찌든 두 아이의 엄마였다.


네살배기 딸의 밥을 해먹이고, 3개월된 아이를 업고 .. 혼자서 정신없이 헤매는... 말 그대로 매일 매일이 미칠 것 같은 저녁시간이었다. (아름답게 묘사했음 좋으련만 카스에 '매일 매일 미칠 것 같은 저녁 시간' 이라고 써놨다. 흠흠^^;;)


설거지를 해야하는데 그러면 첫째도 따라와 같이 하고싶다고 난리칠 게 뻔하니 공주님들 목욕시키라고 욕실로 보냈다.


아이 혼자 욕실에 두는 어미의 마음도 편하진 않아 최대한 빠르게 손을 놀리며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손을 탁탁 털었다. 그 길로 욕실로 달려갔다. 별 소리 들리지 않았으니, 잘 놀고 있겠지 생각하며...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엄마 이 물로 공주님들 목욕시키고 있어."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신났다.


그런데.

오 마이 갓!!!!

변기물을 떠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내 얼굴은 사색이 되어 일그러졌을테다.

"몇 번이나 떴어?"

엄마 표정을 보고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아이는 표정이 굳어지며 수줍게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세 번씩이나?"

오 마이 갓!!!!!

까악!

"*. *. *"

이름 한자 한자에 힘을 주어 큰 목소리로 불렀다.

아이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다행히 등짝을 때리진 않았다.



그날 카스의 댓글은 .... 웃음 반, 한숨 반이 섞였다.


사진을 볼때면 아이의 호기심에 더 친절하게 다가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소꿉놀이 하고 인형을 목욕시키려면 뜰 물이 필요했겠지.

아이는 변기물이 더러운 건지, 어떤 건지 잘 모를 수도 있으니 눈에 보이는 그 물을 쓰고 싶었겠지.


좀 더 친절한 목소리로 그리도 신이 났냐고, 엄마 기다리느라 심심했을텐데 혼자서 잘 놀고, 잘 기다렸다고 이야기해줄걸. 아이의 즐거움에 함께 동참해주고난 후, 아이를 가르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때의 난.. 도와주는 이 없이... 하루하루 육아에 찌들었고, 잠이 부족했고, 늘 피곤했고,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때였으니까. 아이의 순수한 호기심과 자발적 즐거움에 동참하기 어려웠을테다.

그래서 육아엔 함께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체력적으로 힘들면 아이 마음에 공감하기 힘들어지니까.


지금도 어딘가에서 힘들게 어린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들이 있겠지.

아이와 함께 웃지 못하는 시간에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들도 있겠지.

그 엄마들의 등을 가만히 토닥여주고 싶다.

그대들은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속삭여주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갈거라고...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못했다 하더라도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


.


.



지금 아이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면 같이 깔깔 거리고 웃는다.

힘들었던 기억도, 미칠 것 같았던 시간도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가르치기 바빠서 아이의 개성을 나타내는 엉뚱함을 지나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저 야경의 불빛 하나하나가 희망 같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