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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Nov 24. 2021

소행성 H-901


색채심리치료연구소 누리에 작업: 오일파스텔

소행성에 서서 바라보는

보랏빛 밤하늘

기억의 저편에서

눈물 흘리는 소리

아우성치는 소리     


더듬더듬 떠오르는 마음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그림자가 가득하네

숨기려 무던히도 애를 쓰지만

달빛 아래 꼼짝없이 갇혀 있네    

  

한발 한발 조심히 나아가보지만

운명처럼 달라붙은 검은 그림자

감싸 안기로 하네

감싸 안은 순간

한없이 작아지는 검은 그림자     


주저앉은 내 눈에 비친

시멘트 바닥에서 피어난 들꽃

누군가에게 눈에 띄지 않았을 꽃이

내 마음 속에 희망을 불어넣네

너도 일어설 수 있다고     


용기 내어 저 멀리 내다보니

잔잔히 흘러가는 핑크빛 강물

그 자리에서 유유히

사랑이 흘러가네

따스한 온기가 흘러가네     


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네

내가 무너져 있던 순간에도

이렇게 고요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는 것을     


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네

주황빛 노을과 밤의 잿빛 사이

보랏빛 밤하늘에도

어느새 놀러 온 달과 별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자장가' 시와 한강의 '파란돌'시와 제가 쓴 시에서 조합해서 재구성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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