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제도의 충돌 실험

결혼을 두려워한 사랑

by 심연천문대

30대 중반의 연애는 20대 때처럼 단순하게 시작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보이지 않는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란 ‘현실’이라는 장애물을 사랑으로 뛰어넘어야 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30대는 그 게임의 시작 버튼조차 누르기 어렵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조차 점점 힘들어진다.

상처가 깊어질수록 마음은 점점 두꺼운 껍질을 만들어낸다.

이제는 설렘보다 상처가 먼저 떠오르고, 가능성보다 한계가 더 빨리 눈에 들어온다.


결혼적령기의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흐른다.

확실하지 않은 내 마음이 누군가의 인생을 지연시키는 일은 아닐까 두려워진다.

사랑이 곧 다른 이의 ‘기회비용’이 되었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끝’을 먼저 떠올리며 주저한다.


가장 큰 딜레마는 결혼이란 제도에 내가 맞는 사람인지 결혼하기 전까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랑해야만 할 수 있는 결혼을,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체념한다.


사랑은 감정으로 해야 하지만, 감정적이면 실패한다.

사랑은 마음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현실을 넘어야 완성된다.

결국 결혼을 하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려면,

결혼을 포기할 각오가 있어야 만날 수 있다.


사랑은 결혼을 알지 못한다.

결혼은 사랑을 증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랑으로 결혼을 이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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