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회복
서른넷의 가을, 갑작스러운 이별은 내 안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결혼’이라는 숙제는 나를 불안의 벼랑 끝으로 밀어붙였다.
그때의 나는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조급함에 몸을 맡겼다.
나는 스스로를 시험대에 세운 채 끝이 보이지 않는 해답을 찾고 있었다.
그 결과 나를 잃은 채 에너지를 밖으로 흩뿌리며 방황했다.
밖으로만 향하던 내 열망은 중심을 잃었다.
그리고 방향마저 잃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내가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라고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내가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며 내 불안을 환기시켰다.
그의 말이 내 불안을 환기시키고 나서야 비로소 보였다.
불안에 잠식된 나는, 서서히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내 에너지는 밖을 맴돌며 집중되지 못한 채 흩어지고 퍼지는 중이었다.
결국 나는 서서히 중력을 잃고 있었다.
이제는 잃어버린 내 중력을 되찾아야 할 때다.
외로워도 도망치지 않기.
바람이 불어도 중심 잡기.
누가 오든, 떠나가든, 나를 잃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기.
내가 중심을 되찾는 순간, 사랑은 더 이상 ‘찾는 것’이 아니라 ‘끌려오는 것’이 된다.
마치 다른 별들을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처럼.
이 사실을 일깨워준 그는 이제 내 중력으로는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