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극 디렉터의 시선으로
나는 빗물을 더 이상 맞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은 물어본다. "상담으로 일상을 예전으로 회복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살고 싶다 말한다. 상담을 배우고 실천하는 상담자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까? 마술처럼 비가 와도 옷이 젖지 않고 기분도 무겁지 않게 되길 바라는 걸까? 사람은 일상을 살면서 시간, 장소, 사람을 경험한다.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 안에서 삶을 살아왔다. 누구나 고통보다는 즐거움을 원하기 때문에 지금의 통증을 피하기 위해 쉬운 선택을 한다. 마음은 여기에서부터 얽히기 시작한다.
통증을 일으키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해왔던 것을 떠올려 보자. 무엇인가 과도하게 매달리거나, 반대로 피했던 것이 새로운 좌절을 일으킨다. 첫 번째 화살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두 번째 화살조차 맞은 격이다. 이 상황에서 상담자는 마술사도 해결사도 아니다.
마음의 허기짐을 잊고 싶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사람들은 특정한 상황에 자신이 반복해서 눈물이 나고 억울함이 가슴 깊이 매여 있는 걸 잊고 싶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음식을 탐해도 허기짐이 채워지지 않는다. 맞다. "지금 먹는다고 해도 20년 전의 배고픔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상담자가 질문을 해도 "모른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는 이미 경험을 했다.
상담자에게 자신의 현재 고통을 한 번의 만남으로 해결해주길 바라는 바람이 얼마나 불가능한 지 알겠는가? 당신이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고통받는 것처럼, 상담자는 마치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과 원인 모를 아픔을 나누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상담자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서로가 느끼는 막연함과 불안을 적절히 나누고 앞으로 필요한 과정과 역할을 나누게 된다.
상담은 내담자가 살아왔던 세계에 질문하는 일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한다. "잠이 오지 않아요." "불안해요." "우울해요."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요." "남편을 믿을 수 없어요." 등. 지금 당장 달라져야 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상담을 의뢰한 사람)의 바뀌길 원하는 현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안에 지도를 그려 넣는다.
내담자가 힘들어하는 마음의 주제가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 지도를 '사례 개념화'라고 말하는 가정이다. 상담자마다 문제를 풀어가는데 도움을 주는 이론과 방법론은 다르지만, '사례 개념화'라고 말하는 가정은 유사하다. 쉽게 말해 질문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미 말했듯이 상담자는 0에서 시작한다. 이 마음의 주제를 풀어내기 위해 출발선에 서 있는 내담자와 상담자에게 중요한 게 무엇일까? 풀어가고자 하는 주제에 적절히 질문을 하고, 밝히고 싶은 마음의 주제를 풀어가는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상담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관계가 연결되지 않으면 얽힌 실타래의 처음을 찾을 수 없다. 시간도 마음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상담자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애와 전문성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마음의 문 앞에서
서로 함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