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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Aug 25. 2023

매실장아찌를 나눠주는 마음

손해 좀 보면 어때?

얼마 전,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다.


정확히는 전 직장 동료들이다.


퇴사한 전 직장의 동료들을 만난다는 말을 하면 대개 "직장 동료를 아직도 만나??"라고들 하더라.


상사가 끔찍했고, 매일 완벽해야 하는 상황이 끔찍했으며, 의도치 않게 남의 실수까지 떠안아야 하는 마음이 힘들었지만 동료들은 참 좋았기에 4년이란 시간을 견딜 수 있었으리라.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 만나는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집에서 모이고 있다. 아니, 내 결혼 이후 2번의 만남은 모두 우리 집에서 이루어졌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다들 금전적으로 그리 넘쳐나는 삶을 살지 않는 평범한 인간들임에 별 다름이 없어서, 밖에서 밥 먹고 술 마시며 나가는 돈을 아까워한다.


게다가 4명도 아니고 5명이 모이려면 테이블도 애매하고 시끄러운 곳에서 놀 나이도 지났고, 기타 여러 이유들로 우리는 집에서의 만남이 편하다.



궁핍한 마음이 사라지면 행복해질까?


대학시절, 어렵게 지내던 습관 때문인지 혹은 어렸을 때부터 "돈, 돈"계산을 하던 어머니 때문인지, 난 매사에 '계산적'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했던 이모와 어머니는 항상 돈 계산에는 두뇌가 빠릿하게 돌아갔고 그들에 이어 똑같이 경영학을 전공한 나 또한 남들보다 계산을 쉽게, 그리고 자주 하는 습관이 들었다.


가령, 1500의 0.7을 계산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나는 머릿속으로 셈을 하지도 않고 그냥 대~충 "1000 정도 되겠네" 한다.


하지만 계산보다 '숫자'에 집중하는 내 신랑은

"15×7은... 105니까... 1050!"이라며 결론에 이르기까지 나보다 한~참의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럴 때마다 어쩜 그렇게 계산이 빠르냐며 나를 부러워 하지만 이게 정말 좋은 건가 싶기도 하다.



계산을 못하는 인간.


신랑은 계산을 잘 못한다.

수학을 못하는 게 아니라 계산적으로 삶을 살지 못한다.


땡전 한 푼 없던 통장만 봐도 훤히 알 수 있듯이 그는 삶을 계산적으로 살지도 않을뿐더러 타인을 대할 때에도 그런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


"뭐든 내가 해줄 수 있을 때 해줘야 하는 법이야."

"다~ 나중에 돌아와."


그에 반해 나는 매 삶을 계산적으로 살았더랬다.


하지만 계산을 할수록 이상하게 늘 손해를 보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거 괜히 나만 돈 더 쓰게 되는 거 아니야..?"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도 나랑 친구를 해주는 그들이 고맙기까지 하다. 그만큼 나는 금전적 상황보다 마음이 더 궁핍했다.


그래서 이번엔 친구들이 왔을 때 오롯이 나 혼자 준비해 요리를 대접했다.


주제는 "닭갈비 모임!"


어느 날 갑자기 닭갈비가 너무 먹고 싶다며 집으로 오라고 했고, 닭갈비, 쫄면, 각종 밑반찬등을 준비해 내놓았다.


"와~~~ 대박!! 파는 것 같아! 너무 맛있다!!"

(나): "내가 맛있게 해 줄라고 어제부터 양념장 만들어서 하루 재워놨지~"


그리고 밑반찬으로 내놓은 매실장아찌.


"헐! 대박! 이거 진짜 맛있다! 산 거야?"

(나)"올여름에 내가 직접 담았어~ 이거 안 먹어본 사람 얼른 들 잡솨봐. 소화에도 좋고 달달하니 얼마나 맛있는데~"


그리고 맛있게 먹는 그들을 보니 마음이 흐뭇해졌다.


"좀씩 싸줄까???"

그리고는 주섬주섬 미리 준비해 둔 빈 병에 매실장아찌를 담기 시작했다.


뭐든 그들에게 더 주고 싶었다. 직접 담근 매실장아찌를 가져가는 그들을 보며 마음이 흐뭇해졌다.




손해보지는 않으려 계산할 때는 절대 얻을 수 없었던 기분이었다.


내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고, 나로 인해 양손 두둑해지는 기분으로 집에 가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 된다는 건 퍽 흐뭇한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경험한 것이었다.


물론 이는 정말로 궁핍할 땐 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정말 없다면 남을 챙기기 전에 내가 먼저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나누는 기쁨은 쉬이 느낄 수 없다.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의 굴레>에서처럼 돈이 전혀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 상황 생각도 안 하고 마구 퍼주다간 파산할 수 있으므로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하면서도 인간관계에서 내가 조금 더 해줘야지 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경제적 자유와 더불어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 뭐든 내가 손해 봤다는 마음보다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지 않을까.


"작게나마 내가 더 줄 수 있어서 기뻐."


손님들에게 내어주는 상차림
매실장아찌를 담궈 나눠주었다.

소소하게나마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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