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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Aug 14. 2023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의 굴레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어.

이번 편은 "좀 없으면 어때?"라는 다른 행복론과는 조금 다르다.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


행복에 관해 글을 쓰면서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돈이 하나도 없으면 행복할 수 없는데.."




나의 대학시절은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였다. 한 달 과외를 해서 40만 원을 벌면 그 돈으로 한 달 생활을 했다.


간혹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면 월 100만 원 넘게도 벌었는데 이상하게 늘 내 수중에는 돈이 없었다.


지금이야 수입과 지출을 적절히 관리하며 매월 적정금액을 꾸준히 저축하지만 당시엔 일정치 않은 수입에 지출관리까지 실패해 언제나 통장 잔고는 0원에 수렴했었다.


부모에게 명품가방 하나쯤은 턱턱 받아 들고 다니던 동기들과 달리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던 나는 늘 내가 가진 한도 내에서 쇼핑을 해야 했다. 과외로 벌어들인 소소한 돈으로 매번 싸구려 들만 구입을 하다 보니 한 계절만 입고 나도 다시 입을 수 없을 만큼 상태는 안 좋아져 있었다.


그렇게 매 계절, 매년, 버는 돈을 옷과 신발에 썼고 옷장은 차고 넘쳐났지만 입을 옷은 늘 없었다.


차오르는 옷장만큼 내 통장은  비어있었다.


물론 적당히 돈을 모아놔도 돈을 벌지 못하는 학기엔 다시 술술 나가버렸으니 학창 시절에 돈을 모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았다.


늘 돈에 허덕이니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억울하게 5천 원만 더 써도 화가 났다. 술을 안 먹는 내가 술을 먹는 사람들과 같은 돈을 내는 게 늘 싫었다. 연애를 하면서도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대부분 부담해 주기를 바랐는데, 이런 계산적인 생각이 나이가 들어서도 똑같았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됐다.


결혼 후 "그거 좀 손해 보면 어때. 오늘 하루 즐거웠으면 됐지." 하는 성인군자 같은 남편 덕분에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당시의 난 언제나 "돈! 돈! 돈이 없어!!"라며 살았었다.


그런 내가 취업 후 갑자기 수중에 몇백만 원씩 월급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나정도 벌면 당연히 백화점에서 옷을 사 입어도 되는 줄로만 알았다.



월급이 300만 원이라 가정하자.


월 50 정도는 월세나 대출이자 등으로 나가고 보험료나 기타 공과금 등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들까지 합하면 고정비는 대체로 70~80만 원정도 된다. (부모님 집에서 지낸다면 생활비로 비슷한 금액을 드린다고 가정하자.)


직장인들의 점심식대를 대략 한 끼 10,000원으로 잡으면 한 달에 최소 20만 원을 오롯이 점심식사에 쓰게 된다. 저녁에 약속도 가고 배달음식도 먹고 커피도 사 먹고 하면 한 달 식대는 최소 70만 원, 데이트 비용도 포함하면 카드값은 100만 원에 육박한다.


벌써 월급은 120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 여기에 취미생활로 한 달 30만 원 쓰고 나면 남는 건 90만 원. 개처럼 벌었으니 정승같이 써야지! 라며 직장인의 한을 풀고자 쇼핑이라도 한 번 하면 50만 원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흔한 직장인들의 가계부


월급이 250이라면 남는 건 제로.


월급이 200인 사람들은 아끼고 아껴도 남는 게 없다.


거꾸로 월급이 이보다 많은데도 이상하게 수중에 남는 돈은 늘 푼돈뿐인 경우도 있고.


게다가 요즘은 영끌족이 많아지면서 대출 이자만 한달에 수백만원 씩 내는 경우도 꽤 많아졌다.


아니면 몇 달 아껴서 기껏 모인 돈을 명품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데에 써버리니, 이상하게 통장엔 늘 돈이 없다.


일을 아무리 해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인 것.


코로나 이후 경제 직격탄을 받기 전, 집값이 이토록 뛰어오르기 전인 2016년도 기사에도 직장인 76%가 본인을 워킹푸어라고 생각한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었다.


출처: 머니투데이 2016년 기사


죽어라 일하고 죽어라 사는데,
대체 나아지는 건 뭐지?


통장 잔고도 늘지 않는데 진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던 대학시절의 나처럼, 일용직 노동자처럼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가진 돈이 없으니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당장 손가락을 빨고 살아야 한다. 방법이 없다. 잘리지 않고 꼭 붙어있는 수밖에.


삶은 점점 출구 없는 긴 터널로, 수렁으로 빠지는 것 같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꼭 돈을 모아야 한다.


요즘은 미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시대다. '열심히 살아도 내 집 마련은 못해'라는 생각으로 버는 족족 다 써버린다. YOLO*, FLEX*라는 단어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다 일자리를 잃고 잘리기라도 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


*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얼토당토않은 유행이 돌면서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자는 풍조가 생겼었다가 지금은 잠잠하다.
*FLEX(flexing):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 때 쓰는 영어단어로, 근육 자랑을 한다, 좋은걸 사고 자랑한다는 뜻도 갖고 있다. 비싼걸 사서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는 유행이 생겼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어 통장 잔고가 0이 되니 당장 먹고살 길이 없어 자살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하니 슬프기 그지없다.


진짜 특수한 상황(병으로 돈을 모아둘 수 없는 상황 등)이 아닌 이상 일을 하지 않고도 3개월은 살 수 있을 돈을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


가족이 집을 옮긴다고, 차를 사야 하니 도와달라고 해도 부득이한 상황이 아닌 이상 그 돈만큼은 내 목숨줄이라 생각하고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월급이 적어도 그만큼의 돈은 모아둘 만큼 버는 돈을 아끼고 아껴야 회사생활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여윳돈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내가 아이가 없으니 이 부분은 배제하겠다.


여유 있게 살고 싶다면, 모아라!


직장생활을 오래 했어도 수중에 가진 돈이 단 한 푼도 없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신랑도 나이 서른다섯 먹도록 자기 통장에 가진 돈이 단 한 푼도 없는 사람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나 싶었지만 신랑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신랑의 수입이 바뀌지 않고 나도 일하는 시간을 줄여 수입이 오히려 줄었음에도 과거와 비슷한 만큼의 돈을 모으고 있다.


약속에 가는 횟수가 줄기도 했지만 외식대신 집에서 요리를 해 먹으며 두 사람의 생활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요즘은 집에서 직접 케이크나 마늘빵 만들어먹는다.)



수중에 돈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입과 지출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


(다시 말하지만 병이나 기타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다 써버린 경우는 제외한다.)


딱 천만 원만 있어도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와 3개월은 버틸 수 있으며

5천만 원이 있으면 새로운 것을 배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고

1억이 있으면 작은 집이어도 내 집을 마련해 맘 편히 살 수 있어진다.



그럼에도 요즘은 "돈, 그거 모아서 뭐 해. 어차피 집 한 채도 못 사는데."라며 수중에 돈 천만 원도 없이 산다. (그 집은 서울의 아파트만을 의미하는가?)


만약 내가 회사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서도 통장에 남은 돈이 한 푼도 없었다면...? 퇴사는 꿈도 꾸지 못했을 거고 지금과 같은 자유로운 삶은 얻지 못했을 거다.


행복하게 살겠다며 버는 족족 다 써버리며 눈앞의 쾌락만 좇았다면 지금의 안정적인 삶은 얻지 못했을 거다.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면, 아끼고, 모아야 한다.


정확한 목표를 갖고 모으면서 어떤 길을 갈지 끊임없이 탐구하면 더 이상 직장에 목매달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다.




메인이미지출처: 이미지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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