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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Aug 16. 2023

퇴사? 은퇴? 나만의 출구전략

언제까지 열심히 살건데?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어라 일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벌고, 또 번다.


하지만 그 끝은 어디인가?


언제 멈추어야할지 모르는, 혹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처럼 달리고 또 달린다.


수중에 1억이 생기면 "3억은 있어야지!"

수중에 3억이 생기면 "10억은 있어야지!"

10억이 생기면 "30억은 있어야지!"

100억이 있는 사람조차 "아직은 부족해!"를 외친다.



돈, 열심히 모으라면서요?


모든 일엔 '출구전략'*이 필요한 법이다. 사업에도, 주식투자에도, 경제 정책에도 모두 출구가 있는데, 왜 인생엔 출구가 없는 것일까?


*출구전략exit strategy: 위기 상황을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군대의 경우엔 퇴각을, 사업에서는 사업양도를, 경제 정책에서는 이자율을 높이며 풀었던 돈을 회수해 들이는 것 등을 의미한다.

힘들게 공부하고, 힘들게 취업해서 열심히 일해서 마음의 위기가 왔다면 Exit,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어디로 나가는지를 잊어버린 것이다.


"출구... 그게 뭐더라..."


출구의 존재 자체도 잊은 채, 돌아갈 수 없는 길을 영혼이 빠져나간 죽은 사람처럼 멍하니 걷는다. 터덜터덜.


"나.. 왜 여기 있더라..왜 걷고있는거지..?"


이제는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달리 갈 곳도 없으니 눈앞에 있는 길을 그저 계속해서 걸을 뿐이다.


"대체 언제까지 걸어야하지..."




아직 씩씩하게 길을 걸을 힘이 남아있다면 출구를 찾을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출구전략은 '위기 상황'에서 위기를 빠져나갈 때 쓰는 전략이니까.


그런데 아직은 괜찮다는 마음에 출구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잊고나면 진짜 위기가 왔을 때 빠져나갈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출구전략은 위기가 시작됐을 때가 아닌 길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고민해 두어야 하는 .



선택이 잘못되면 어떡하죠..?


이런 고민으로 새로운 길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면 그건 출구전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에이, 사업좀 잘 안되면 어때~ 망하면 다른 거 또 하면 되지."


부자들은 이런 편한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하기에 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큰 성공을 이룬다.




직장에 들어갈 당시 내 통장 잔고는 30만원. 10년 안에 '서울에 내 아파트'하나쯤 갖게될 거라 생각했다.


직장생활을 실패할 것이라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냥 무작정 기쁜 마음으로 발을 들여놨다. 그 길이 영혼의 블랙홀임을 그땐 알지 못했다.


안그래도 부족함 많은 한 인간이 완벽에 가까워지려 매일같이 노력하며 작은 실수에도 괴로워했다. 팀장이 급하게 물어본 자산의 잔존가치를 2,000만원이 아닌 4,000만원으로 보고해 창피했던 기억이 8년이 지난 지금도 내게 수치로 남아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일을 하고, 부족한 나를 한없이 발견하게 되었던 그 시절, 내게는 출구가 없었다.


괴롭고 싫어도 대안이 없었기에 삶은 원래 이런 것이라며 받아들여야만 했다. 애초에 임원이 될 때까지 회사에 뼈를 묻으리라는 각오였기에 대리도 달기 전에 그 곳을 탈출하게 될거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점차 회사에 뼈를 묻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내년도 버틸 자신이 없어진 뒤에야 나갈 구멍을 조금씩 준비하기 시작했다.


숟가락 하나로 감옥을 탈출하는 '쇼 생크 탈출'처럼 구멍을 야금야금 파다보니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빠져나갈 구멍이 생겨있었다.


나는 미처 다 파지 않은 구멍으로 몸을 우겨넣었고, 마지막은 몸으로 부딪혀 부숴냈다. 그리고 탈출에 성공했다.



쇼 생크탈출의 탈출 후 장면. 하지만 진짜 인생은 탈출 후부터 시작이기도 하다.




퇴사만이 출구는 아니다.


팀을 바꾼다던지, 지방 사업장으로 옮긴다던지, 휴직을 한다던지, 각자의 방식으로 숨통을 트여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무슨짓을 해도 자신이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을 땐 퇴사건 이직이건 은퇴건, 결단을 내려야한다.



인생이 마법처럼 좋아지지는 않아.


이직을 하고 퇴사를 한다고 힘들었던 인생이 짠! 하고 마법처럼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회사 밖에서의 인생이 더 피곤하고 처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탈출구가 있는 사람의 감옥생활과, 탈출구가 없는 사람의 감옥생활은 그 마음가짐이 하늘과 땅끝차이 아닐까?


지금 나는 글을 쓰는 것으로 탈출구를 파내고 있다.


필라테스 강사를 그만두고 싶다거나 이 직업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의 일이 아닌 새로운 길을 열어 두었을 때의 내 마음이 얼마나 편안해질지 나는 알기에 집에 오면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아 브런치에 글을 쓰고 혼자 소설도 쓴다.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며 훗날 신랑이 작은 가게라도 오픈했을 때 지인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메뉴도 구상한다.


일을 하지 않고 배당금이나 월세를 받는 것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구조를 조금씩 만들어 보기도 한다.


위대한 경멸의 순간을 체험하라!
제대로 잘된 인간은 죽음을 제외한 해로운 것에 대한 치유책을 알고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출구전략이 있는가?


그만 열심히 살고 행복해지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보라.


인생의 보험하나 들어놓았을 뿐인데 삶은 한결 수월하게, 마음 편하게 흘러가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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