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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Nov 29. 2023

<9화> 가짜 우울증이 판을 친다.

"패션 우울증"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걸 내세우고 싶어 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대체 왜, 우울증이 자랑도 아닌데 내세우려는 걸까?



과거와 달리 지금의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예전에는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평범하게 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어떠한가?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 집마련, 교우관계...


어느 것 하나 자신이 원한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대가 되었다. 3포 세대를 지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는 N포세대가 된 것.


그런 상황에서 누구든 빠져나갈 핑곗거리 하나쯤 갖고 싶을 것이다.


"나는 우울증이 있어서 뭐든 끝까지 해내질 못해."

"요즘 우울증 약 먹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


이는 비단 성인에게서만 나타나지 않고 청소년으로 대폭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의 강압적 교육, 극한의 경쟁사회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요즘의 아이들은 우울증이라는 텐트 속에 들어가 나는 환자이니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아이들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세상에 그들이 꽁꽁 싸매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고 "네가 지금 배부른 소리 할 때야? 어른되면 세상은 더 험난하다고!"라며 매질하면서 그들을 꺼내올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나마 그들이 부유한 집에서 자라났다면, 부모에게 물려받을 유산이 충분하다면 삶에 대한 의욕을 잃는다고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산이 없는 혈혈단신으로 생존해야 하는 경우라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전체 고독사 중 22%가 20~40대" - 국제신문 칼럼 中

"고독사 중 자살 사망비율 20대 56.6%, 30대가 40.2%" - MoneyS 김창성기자


혼자 사는 20~30대가 살길이 막막해지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자살이라는 말이다.


예전처럼 이웃이 돌봐주는 커뮤니티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모든 희망이 사라진 곳에서 혼자 꿋꿋이 삶을 이어가다가 돈까지 다 떨어지면 갈 곳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가짜 우울증으로 지금 당장의 괴로움은 걷어낼 수 있다.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는 속에 나 혼자만 멈춰있어야 하는 좋은 핑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빠져나와 다시 현실을 살아야 할 때, 그러한 쉬운 피난처를 염두에 두고 산다면 어떠한 괴로움도 견디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지려다가도 쉽게 모든 걸 놓아버리고 다시 멈춰버릴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은 어느 것 하나 이룰 수 없다'는 허무맹랑하고 바보 같은 믿음으로 희망을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세상에 하등 쓸모가 없는 인간이라고,

이렇게 살아봐야 행복은 오지 않는다고,


패션으로 활용하던 우울증은 진짜 자신을 잠식하여 어느 순간 세상의 어떤 것도 명확해 보이지 않는 뿌연 연기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 옥상 난간에 올라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약을 먹어야만 살 수 있을 만큼의 중증 우울증이 아니라면 우울증이라는 생각을 걷어내고 이겨내라.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


게으른 삶을 정돈하여 규칙적이고 생산적인 삶으로 바꾸고 좋아하는 어떤 것으로라도 세상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겨라.


쓸모없이 태어난 인간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어떠한 고통도 감내할 각오가 되어있지 않은 요즘의 세대들에게 특약처방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출산율 1이하의 시대에 태어난 고귀한 존재이니 건드려선 안된다는 인식은 이제 그만 걷어내고 세상의 쓴맛을 제대로 맛보고 혼자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면 좋겠다.


실패도 해보고, 다시 일어서도 보고, 힘든 일도 하며 고통이 주는 삶의 의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인생 만만하지 않다. 꽉 잡아라."



<메인사진: 등산으로 우울함을 이겨내는 본인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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