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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Dec 19. 2023

<마지막화> 고통은 통증의 역치를 높인다.

고통 없는 삶은 지옥이다.

우선 밝혀두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아주 예민한 사람이다.


회원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있어서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정도로 예민하지만 내 몸의 변화에도 비정상적일 만큼 예민하게 반응한다.


열이 조금 오르거나,

관절에 이상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근육이 풀어져 지방이 득실거린다거나


하는 등의 변화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나의 모든 감각을 집중시킨다.


거의 7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운동을 쉬지 않으며 그 비정상적이고 예민한 감각을 조금은 잊고 살았는데, 운동을 멈추고 가만히 누워 살다 보니 감춰졌던 감각들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감각을 잘 알면 좋은 일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각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물론 감각들이 되살아나면서 작은 일에 큰 행복을 느끼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의 글, <행복을 주체할 수 없던 어느 화요일>에서처럼 어느 오후에 만난 따사로운 햇살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만큼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을 만큼 나의 모든 삶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들에 치중하던 초반과 달리 갈수록 부정적인 감정과 감각들에 사로잡혀 나쁜 감각을 막아줄 더 커다란 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이렇게는 정말 안 되겠어."


매일 퇴근 후 누워만 살던 삶을, 내 인생의 꿈만 같았던 휴식을 멈추고 다시 열심히 살아내기로 마음먹었다.


주 3회 크로스핏, 주 2회 클라이밍


최소 주 5회의 강도 높은 운동을 이어갔다.


첫 번째 주에는 근육통으로 걷는 것도 힘들었다.

둘째 주에는 근육통으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셋째 주에는 근육통이 점차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하지만 넷째 주부터 뭔가 달랐다.


운동 후에 분명 근육통이 있음에도 일상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심지어 지독한 감기에 걸려 예전 같으면 일주일씩 열이 났을 테지만 열이 조금 나더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어 이틀정도만 운동을 쉬고 바로 다시 일상으로 복귀를 할 수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느껴지던 배란통이나 복부의 이상한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되었으며, 생리주기가 되면 일주일 전부터 괴로워하던 것이 이제는 딱 하루만 푹 자고 나면 쌩쌩해질 만큼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훨씬 더 무디게 느끼고 잘 견딜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신랑이 늘 내게 묻는다.


"너는 왜 이렇게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건데?"


등산을 하다 보면 체온이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한다. 당시엔 옷을 입지도 벗지도 않고 견뎌내는 남편이 신기했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달까?


체력이 좋아진다는 건, 외부의 자극을 견딜 수 있다는 말과도 같지만 동시에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말이다.


어딘가 조금 아파도, 열이 조금 나더라도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갖고 있던 힘으로 그걸 견뎌내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또 체온이 오르니 병을 이겨낼 힘을 거꾸로 얻을 수도 있고.


하지만 체력이 부족한 (나 같은) 인간이란..


조금만 아파도 드러눕는다. 몸은 내부의 체온을 올려야 면역력이 생기는데 가만히 있다 보면 체온은 금세 떨어지고 면역력이 오를리가 없으니 병을 이겨낼 수도 없다.


 번 아프면 2주씩 아프고, 온몸 구석구석 작은 통증들에 예민해져서 이 병원 저 병원 다니기를 수십 번.


그러다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집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안 하는 날들로 돌아간다.



내 몸의 변화에 예민한 사람들은 외부의 자극에도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조금만 불편한 일이 생기면 엄청난 짜증이 몰려오고 그 화를 떨쳐내지 못해 속이 뒤집혀 종종 앓아눕기도 한다. 짜증이 늘어나면 위장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니 소화력이 떨어져 음식물을 잘 흡수를 못하여 체력은 다시 떨어진다.


이런 악순환에 빠지면 어느 순간  행복한 일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뭘 해도 힘들기만 하고 아프고 괴로우니 사는 게 즐거울 수가 없다.



고통은 스스로 부여해야 한다.


외부에서, 내 몸에서 오는 자극에서 고통을 느껴서는 안 된다. 무거운 걸 들거나 힘든 동작들을 하며 스스로 내 몸에 고통을 주는 행위는 부정적 감각들을 감소시켜 줄 뿐만 아니라 체력을 올려주고 동시에 면역력을 높여준다.


같은 고통을 느낄 바에는 조금 귀찮고 힘들어도 내가 선택한 고통을 느끼는 게 낫지 않은가? 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고통을 선택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지금 당장의 편안함, 안락함과 미래의 행복을 맞바꾼다.


지금 편안하고 안락하기 위해서 나의 미래 건강과 행복을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오늘 하루 편히 쉬기 위해 미래의 건강한 하루를 지불하는 트레이드.


심지어 30대의 나이에 허리 디스크로 수술을 했음에도 근력운동이 너무 싫다며 여전히 느껴지는 허리통증을 무시하고 사는 친구도 있다.



고통 속에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더 큰 고통을 부여하라. 힘들고 고된 운동이라는 고통을 통해 사소한 고통들은 잊어라.


그러다 보면 언젠간 진짜 그 사소한 고통들은 완전히 사라지고 내가 부여하는 고통들의 역치도 높아져 웬만한 일은 통증으로도 느끼지 않는 날이 오게 될 거다.



고통에 사로잡히지 않는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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