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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일][1월28일]리조트에서 명절 맞이하기

2017년 설날!

목요일 오후 시댁으로 이동하고, 설 전날 장장 4시간에 걸친 전부치기 미션을 완료했다. 형님이 오시지 않아 전은 어머님과 내 몫이었다. 고추 장떡을 하지 않아 4시간 이었지 아마 그것까지 했다면 7시간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전을 다 부치는 동시에 명절이 끝난 것 같은 홀가분함을 느꼈다. 남은 시간은 집 같지는 않지만 또 다른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집에서 나와 있으니 사사로운 집안일 이나 끼니에 뭘 먹어야 될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만 더는 것도 참 크다. 사실  전 말고도 다른 음식 장만 할 것이 은근히 많은데 그건 어머님이 새벽에 일어나서 다 하신다. 어머님의 진짜 속마음 까지 모르겠지만 도와드릴까요? 여쭤보면 할거 없다고 쉬라고만 하신다. 이번 설 당일 아침도 어머님이 음식 장만을 다 차리시고 제사상 차리자고 나와 남편을 깨우셨다. 평소 4시에 일어나는 나 인데 이날은 맞춰 놓았던 알람을 모두 끄고 잠이 들어버렸다. 너무나 죄송하다.


설 당일은 점심을 먹고 친정으로 가는 날이다. 지난 명절까지는 광주로 갔는데 이번에는 무창포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리조트에서 모두 만나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동생이 결혼하고 첫 명절이라 새 식구와 함께 하는 첫 명절인 셈이다. 광주라 멀기도 하고, 막내 수능도 끝났기에 굳이 광주에서 볼 필요가 없었다. 아빠, 엄마가 지난주에 성묘도 다 다녀오셨다. 그렇게 우리는 리조트에서 만나 부모님께 세배를 하고 복 돈을 받았다. 리조트가 엄청 크지는 않지만 근처에서는 가장 큰 편인데 가득 찼다. 우리나라 인식이 참 많이 바뀌어 가는구나 느껴졌다. 하긴. 우리도 이렇게 나와 있을 정도면 정말 많이 바뀐 거다. 아마 앞으로 명절 때에는 이런 식으로 광주보다 세 식구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될 것 같다.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하다.


비록 밖에서 모이긴 했지만 와보니 먼저 도착한 엄마가 친정의 부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마냥 이것저것 바리바리 준비해 오셨다. 아빠 말로는 광주에 있는 주방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한다. 역시 딸들, 사위들, 손주 손녀 맞이하는 할머니 마음이란. 힘드셨겠지만 기쁨 이란걸 안다. 한편으로 나도 나중에 엄마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준비해 오신 것, 금산 어머님이 챙겨 주신 것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리조트 바로 앞에 있는 바다에 나가 불꽃놀이도 하고 산책을 했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씨가 참 고마웠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에는 명절에 진도에 갔다. 길이 안 좋았을 때에는 5시간 이상 걸려서 갔지만 이제는 정말 추억의 곳이다. 고만고만한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참 시끌벅적 했었다. 20년 정도 전의 이야기다. 할머니가 아프시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그 때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비록 지금 리조트에 와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겐 금산이라는 시골이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맞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명절 = 놀러 가는 날' 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음 좋겠다. 어떻게 인식하게 하느냐는 나와 남편의 몫이겠지. 나이가 들 수록 나의 모든 행동, 생각에 책임감을 느낀다.


2017년!

리조트에서 맞이한 친정 식구들과의 설날.

오늘(1월28일)은 다 같이 사우나에 갈 예정이다. 묵은 때를 다 벗겨 내버려야지!!!

아직 저 깊숙이 남아있는 앙금, 찌꺼기들 까지 모두 벗겨내고 싶다.

진정 한 해의 시작인 오늘!

새롭고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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