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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일][2월14일]히말라야 정상에 오르면...

퇴고의 과정

글쓰기가 나의 적성인지는 모르겠으나 글을 쓰는 것이 좋았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글을 쓰는 순간이 좋다. 목적이 있는 글쓰기가 아닌 자유로운 글쓰기로부터 시작이었기에 내 마음을 두드리고, 열고, 만지고, 읽을 수 있었다. 뭘 해도 100% 만족감이 들지 않던 공허하고 허전하던 마음이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하루 온종일 아이들과 뒹구는 날도 글쓰기로 시작한 하루는 달랐다. 뒹굴며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집중하고 그 감정에 퐁당 빠져들었다. 뭔가가 불편하다면 왜 그런 마음인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책이 쓰고 싶어졌다.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이 땅의 많은 엄마들이 글쓰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각자의 (마음)샘의 크기도 다를 테고, 채워야 할 크기도 다르지만 글쓰기를 하며 점점 채워질 것이다. 글쓰기의 힘을 느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득찰 것이다. 그 과정에 있어 늘 뒷전이었던 나를 만나고 잃어버린 꿈을 찾고 삶의 소명을 가질 수 있다. 꿈과 소명이 있는 삶은 감사함이 넘치는 기적 같은 시간이다. 그 힘을 많은 엄마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A4 112페이지 분량으로 초고를 완성했고, 딱 일주일 전인 2017년 2월 7일에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초고를 쓰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재미있었다. 매일 한 꼭지씩 써내려갔는데 어떤 날은 글감이 떨어져 머리를 쥐어 짜내는 자발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런 과정까지 다 재미있었다. 이런 저런 나의 에피소드를 곁들며 ‘엄마도 글을 써야 합니다!!!’ 를 이야기 하는 게 참 재미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있었나? 되돌아보니 이것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었지 싶다.


‘엄마의 성장을 돕는 사랑샘’

나의 소명이다. 책을 쓰는 이유도 소명을 실천하는 삶 중 하나이기에 힘든 과정까지 즐길 수 있었다.


계약을 했으니 본격적인 퇴고를 시작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마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빼고 싶은 말도 많고, 더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112페이지라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공사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솔직히 용기만 필요한 일이라면 무대포 정신을 발휘하겠다. ‘더 좋은 책이 완성될 것인가?’ 하는 확신까지 필요하기에 더욱 망설임이 크다.  


누군가 그랬다. 퇴고가 산으로 간다고. 히말라야로 가는 것 같다고. 그 말에 격하게 공감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 정상이 없는 산은 없다. 히말라야도 마찬가지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상에 오를 것이다. 높은 산일 수록 힘들고 어렵지만 오르고 난 후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퇴고가 히말라야로 가는 것 같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 보면 기뻐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어려움과 힘듦을 끝까지 마주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면 언젠가 분명 정상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는 기뻐서 눈물이 날지 모르겠다. 더불어 내 책을 보는 독자도 나와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최고의 책’ 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는 부담일랑 떨쳐버리자.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 노력, 힘, 최선을 다하자. 미련 따위 남지 않도록.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인생에 ‘최고의 책’ 이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


히말라야! 기다려라! 너도 그래봤자 정상이 있는 산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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