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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y 16. 2023

13. 나의 노후에 대한 생각

[서평 13]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박솔뫼)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라는 책은 동면에 관한 책이다. 책 내용은 간결한데, 내용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내가 잘 이해했는지도 100% 확신할 수는 없다. 그냥 나는 나의 상황에 대입해 내가 읽고 싶은 대로 읽고 내가 느낀 것을 표현할 뿐이다. 이 책은‘동면’에 관한 책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동면이란 곰, 뱀 등 포유류와 파충류가 겨울철 에너지를 아까기 위하여 오랜 기간 동안 잠을 자는 것으로, 미래 한국에서도 인구의 약 25%가 동면을 하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 책의 설정이다. 개인마다 동면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어려운 일을 겪거나, 휴식을 보충하는 등의 목적으로 동면을 한다고 한다. 책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동면을 하거나, 동면을 도와주는 ‘가이드’라는 일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잠은 어떤 측면에서는 신체와 정신의 멈춤이고 쉼이지만, 영원히 잠자는 것을 우리는 죽음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나의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실행에 옮길 정도로 용감하거나 상태가 매우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었다. 지금은 전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면, 죽음은 삶에 가까이 있기도 멀리 있기도 한 것 같다.


  생각이 참 무섭다. 상황이 힘들다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하면, 그 생각은 또 꼬리를 물고 진짜 죽음에 대해 더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럴 때 책에서처럼 두 달 정도 ‘동면’을 하고 오면 어떨까 싶다. 물론 돌아왔을 때 상황은 변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우습게도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지만, 나의 노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노후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제 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낡고 오래됨’이라고 나온다. 노후화되어 제 구실을 못하니 이제 '폐기처분'만 남은 상태인 것 같아 약간 잔인한 생각이 든다. 보통 노후엔 시골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강아지와 함께 여유롭게 살아가는 이미지와는 정반대이다.


  여기에 나이가 들어 은퇴 후 하고 싶은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했다. 딱 세 가지만 적어보려고 했으나 도저히 적을 수가 없었다. 늙어서 하고 싶은 게 없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돈을 벌고 싶은 이유도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일을 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먹고 살 정도의 돈이 있으면 좋겠어서 이다. 그럼 회사를 당장 그만둘 수 있으니까! 회사를 다니기 싫은가 보다. 결국 내 인생은 살아가기 위해 다니기 싫은 회사에 억지로 다니며 제 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낡고 오래되었을 때 죽지 않고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어 놓는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퍽 서글퍼진다.  


  꼭 노후가 아니더라도 지금 하고 싶고, 즐거운 일을 먼저 찾아봐야겠다. 지금 하고 싶은 걸 찾고 즐기다 보면 나의 노후 이미지도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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