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31] 프로페셔널의 조건(피터 드러커)
나의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세상에 기여를 하고 그 대가를 받아 삶을 영위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큰 이유는 조직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의 노력이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회사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혼자 하는 일을 찾기 위해 4년 정도를 고민만 했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결론은 나는 아직도 조직에 속해 있다.
회사를 떠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상처였다. 나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에게 비난을 받았고, 그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이 집단을 벗어나고 싶었고, 또 그러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은 실패로 끝났고 결론은 나는 아직도 이 조직에 남아 있다.
어떤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를 정확히 찾아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해결을 위한 노력이 절대 효과적일 수 없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회사 내 인간관계가 내 회사생활의 이슈였다. 회사 내 인간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하지 않았던 방식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무척 어려운 것이었고, 나는 과거 나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더 공부하고, 더 좋은 자격을 갖추어 보란 듯이 이곳을 떠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모든 도전에 실패했고, 결국 나는 같은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는 지식 노동자 성과의 핵심으로 ‘공헌’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닌 조직이 원하는 이슈를 해결해 주는 것이 내가 이해한 ‘공헌 개념이다. 조직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이 지식 노동자의 존재 이유라고 책에서는 표현했다.
나는 그런 측면에서 프로페셔널한 직업인으로서는 낙제점을 받아 마땅하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나의 커리어 페스를 설계하고 그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 방향이 조직에 공헌하는 것과 완전히 일치했다면 금상첨화였겠으나 나는 조직보다 내가 더 중요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와중에도 나는 나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내가 월급을 받는 만큼 조직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좋은 보고서를 쓰고, 조직이 외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문제는 조직에 일정 부분 공헌하고 있더라 하더라도, 나의 개인적 이슈인, 대인관계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이제 나에게 남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동료가 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내가 타인들과 편안히 협업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회사에 공헌하는 것이다.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조직에서는 리더십 역량을 요구한다. 이 이슈를 계속 회피해서는 조직에 공헌하는 직장인이 되기 어렵다. 나에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고, 이번에 다시 실패한다면 또 언제 기회가 주어질지 알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계속 회피할 수만은 없다. 같이 일할 수 있는 동료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