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40] 일생의 일(김민태)
어느 순간부터 힘든 일을 피하게 되었다. 여기서 힘든 일은 1차적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뜻하기도 하고, 해보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거나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을 뜻한다. 일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되면서, 도전적인 과업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는 잘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성장보다는 평가를 생각하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기존에 잘하던 일로 범위가 좁혀졌고, 생소한 과업이 주어졌을 때 지극히 소극적 또는 피하는 경향까지 보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나의 인생에 마이너스적인 결정을 계속하고 있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 본다. 이번 주에 읽은 ‘일생의 일’의 내용에 근거해서 이러한 성장환경을 만들기 위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
첫째, 직업에 대한 나의 생각을 리프레이밍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남과 비교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이러한 생각은 나의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되었는데, 직업 역시 그런 한 측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내가 하는 일을 사회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가장 쉽고, 객관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 척도는 연봉, 직업안정성, 워라밸 등이 될 것이다. 그런데, 비교적 좋은 조건 있는 사람들 조차,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비교적 만족한다’는 답을 얻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내 주변에는 친구들 역시 이 질문에 대해 ‘돈을 벌기 위해 그냥 다니지’ 정도의 답이 대부분이었다. 책에서는 이러한 답변의 원인을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는 실제로 좋은 일이 매우 적은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비교가 있다. 아무리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남과 비교하는 순간 그 일은 어떤 측면서 만족감이 작아질 수도 있다. 결국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나의 생각을 객관화하고, 즐거운 부분을 찾는 것이 책에서 제시하는 ‘reframing’의 방법일 수 있다.
둘째, 직업과 인생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이다. 요즘 교대의 몰락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입시를 치를 때만 해도 서울교대는 비교적 높은 입시성적을 요구하는 학교였고, 선생님은 좋은 직업군에 속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와 교권 하락은 선생님이라는 직업 선호도를 하락시켰고, 그 결과가 지금의 교대 입시점수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 내가 입시를 했던 20년 전에 교대에 입학했던 학생들은 어떡하나? 물론 지금 자리를 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선생님이 되기 위해 10년을 투자했고, 앞으로 30년을 같은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전망이 생각만큼 평탄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선생님의 직업적 사명을 가지고 입직을 결정한 사람은 다르겠지만, 별다른 뜻 없이 안정성과 사회적 지위만을 고려하여 교대, 사대에 지원했던 학생들은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공무원 등 공공부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년을 공부하며 겨우 공무원이 되었지만, 퇴사하는 인원들에 대한 개인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변화를 고려하여 나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회사에서의 인정보다 내가 일을 통해 성장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것이 내가 이 글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회사에서의 인정을 목표로 하다 보면, 일의 성과에 대한 동료와의 갈등, 팀장과의 갈등이 생기기 쉽다. 또 성과가 많이 나오는 일에 대해서는 욕심을 부리게 되고, 비교적 손은 많이 가지만, 성과가 낮은 일은 피하게 된다. 그런 행동을 지속하게 되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계산적인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런 티를 안 낸다고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라, 우리는 그런 행동을 취하는 사람을 아주 쉽게 발라낸다. 상사의 눈에는 아마 그런 성향들이 더 잘 보일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을 행동하다 보면, 저 사람이랑은 협업하기 싫다는 소리가 나오게 되고, 자연히 혼자 일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될지 모른다.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남들보다 성과는 나지 않는다고, 처음 해보는 일이라 두렵다고 피하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매우 한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 것은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데, 그럴 때 “내가 이런 잡 일 까지 해야 하나?”라는 말이 입에 나오는 순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보면 된다. 아주 미래가 어두운 상황에 직면했음을 알아야 한다. 결국은 회사의 인정보다는 나의 성장의 관점에서 일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만 하기 싫은 일에서도 가치를 찾을 수 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히면서 오랜 시간 직장을 다닐 수 있다. 나는 빠른 성공보다는 오래 직장을 다니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마음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지만, 또 내가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나의 다짐과 고민들을 오늘 이 글에 남겨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