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Apr 10. 2023

5. 좌절에 대처하는 법

[서평 5] 왜가리 클럽(이유리)

  ‘브로콜리 펀치’라는 책을 추천받아 읽고 있다. 이유리 작가님의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아직 다 읽지 못했으나, 책의 주제가 상당히 무겁다. 부모의 죽음, 사랑하는 사람의 교통사고, 사업의 실패로 인한 좌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하는 고통, 정신질환 등 어느 한 편도 가벼운 것이 없다. 그러나 표현이 가볍고 밝다. 내용이 이렇게 무거운데, 이렇게 쉽게 읽힐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그리고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상황 속에서 공감을 이끌어 내고, 담백한 위로를 건넨다.


  왜가리 클럽은 다섯 번째 단편소설로 주인공의 반찬가게 실패에 대한 내용이다. 최선을 다한다 하였지만 소설 속의 반찬가게는 끝내 폐업하고 만다. 글을 읽어보면, 그깟 반찬가게 하나 망했다고 좌절하냐고 할 수 없다. 그 반찬가게는 주인공의 전부였다. 폐업 이후 주인공은 근처 냇가를 걸었다. 하염없이 걸으며 자신의 실패를 곱씹었다. 그 좌절이 글을 통해 느껴진다. 


  모든 실패의 시작은 막연한 기대였다. 그냥 잘 될 것이라는 희망. 그 희망 덕분에 일을 시작할 수 있지만, 그 희망이란 녀석 때문에 우리는 실패라는 것을 경험한다. 그냥 이 정도 노력하면 되겠지 했던 것들에게서 많은 실패를 맛봐야만 세상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중요 포인트는 실패의 좌절이 아닌 좌절의 극복에 있다. 


  냇가를 걷던 주인공은 왜가리 클럽을 만난다. 왜가리 클럽은 왜가리 관찰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다. 그들은 만나서 왜가리가 먹이를 잡는 것을 관찰한다. 그리고 왜가리의 행동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왜가리를 관찰하는 동안 그들은 함께였고, 왜가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된다. 소설은 친구들과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가며 밝게 끝난다. 


  왜 왜가리 클럽인가? 우리는 실패에 직면하면 좌절하고 그 상황 속에서 원인을 찾는데 몰입한다. 그 원인은 대부분 외부환경으로 시작해서 나로 끝난다. 원인을 찾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수적이긴 하다. 그러나 그 활동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그 좌절이 나의 생각을 좀 먹는다.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은 끝이 없다.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까지 만들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왜가리 클럽이 필요하다. 전혀 관계없는 활동에서 뜻밖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혼자보다는 같이 하는 것이 좋다. 왜가리 클럽 내 구성원은 학생부터 주부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얻는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지기 쉽다. 또한 부정적인 생각은 혼자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어려울 땐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나 역시 좌절을 맛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또 내 상황에서의 왜가리 클럽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나의 글에서 우울과 부정적인 생각이 독자에게 전가될까 우려했다. 그러나 ‘브로콜리 펀치’는 우울한 사건을 통해 나를 위로한다. 모든 단편 속에 나의 사건이 대입된다. 그리고 우울과 좌절을 넘어선 위로를 선물한다. 이런 것이 글이 가진 신비한 힘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4.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