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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Aug 20. 2022

저장강박(수집광)이 ADHD와 관련이 있다구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 이야기

간혹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집에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두는 기인에 대해 한번쯤 접해보셨을 것입니다.


이 증상은 장기간 사용되지 않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로 집에 쌓아두는 정신 질환입니다.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어느 동네든 주변의 민원으로 인해 관리 대상인 수집광(저장 강박) 환자가 있다고 하는데요. 무려 인구의 3~6%가 이 질환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장난감이나 공책, 일기장 등 어린 시절의 물건 등 감정적 애착이 있어 버리지 못하는 것부터 언젠가는 쓸 것이라는 생각에 각 종 부서진 가구나 가전제품, 재활용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물건을 무질서하게 쌓아두게 됩니다.
감당이 안 될 정도의 많은 동물을 끊임없이 거두는 것도 포함이 됩니다.


기념과 추억을 위한 수집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요. 하지만 수집광은 과도하게 쌓인 물건으로 인해 소지품이 무용지물이 되고 생활이 더 어지럽게 됩니다. 수집 증상이 심각할 경우 물건의 낙하로 인한 부상, 비상 대피로 확보 문제 및 악취와 위생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족 구성원이나 주민센터 봉사자 등의 제삼자의 개입이 없는 한 스스로 버리지 못합니다. 물건에 대한 애착과 수집 욕구가 상당하기 때문에 같이 사는 가족들이 버리려 하면 크게 저항을 하고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증상은 전통적으로 강박 장애의 증상 유형으로만 분류되어 있고 고유의 진단명은 없었는데요. 최근 개정된 정신질환 분류 체계(DSM-V)에서는 강박 스펙트럼 장애에 속하는 별개의 독립된 이름을 가진 수집광 장애(Hoarding disorder)로 분리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연구에서 밝혀진 바로는 수집광은 강박장애보다 ADHD의 부주의 증상과 관련이 더 높다고 합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ADHD 대상 군의 무려 20%에서 의미 있는 수집광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ADHD와 수집광 행위 모두 주의력 저하, 가치판단이나 의사결정의 어려움 등과 같은 집행 기능의 손상이라는 신경학적 이상이 핵심적인 병인인 것도 두 질환이 서로 연계되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수집광은 집안 내력으로 볼 정도로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ADHD와 마찬가지로 뇌의 기질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수집광인 이들에서 자주 나타나는 우유부단함, 선택 장애, 꾸물거림, 회피, 계획 수립의 어려움, 산만함의 경향은 ADHD의 증상 특징과도 매우 중첩됩니다.


하긴. 기존의 의학 지식으로 유추하기에도 단순히 모으기만 한다면 강박의 느낌이지만 필요도 에 따라 취사선택이 어려운 것은 ADHD의 느낌에 가깝습니다.


저도 고백하자면 제 진료실 뒷방에는 언젠가는 쓸 것이라고 생각해서 모아두었지만 결국은 수년이 지나도 안 쓰고 있는 물건으로 가득합니다. 펜 같은 문구류, 의학자료나 서적은 너무 과도하게 모아서 쌓여 있고 쓰고 난 플라스틱 용기, 빈 봉투류를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은 다소 병적인 것 같습니다.


(원내에서 조제를 하다보니 빈 약통이 정말 많은데 크기가 큰 것은 왠지 쓸 것 같아서 쌓아두고 있습니다. 그게 가득 쌓인 문구류와  콜라보를 이루어 많은 약통에 펜들이 꽂혀있는 진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도 선반과 책장에 쌓여있는 정도이지 전체 동선을 방해하지는 않을 정도입니다.


제가 진료하는 ADHD를 가진 다수에서도 비효율적이거나 기이한 수집 행동을 호소하였습니다. 그리고 집안이 가득 찰 정도의 수집광 증상을 가진 부모님과 사는 분들도 있습니다.


앞으로 ADHD의 부주의와 수집광 증상과 관련성을 찾는 연구는 지속될 것입니다.

향후 정신질환 분류 체계 개정 때 수집광(저장강박)이 과연 강박스펙트럼 장애 소속에서 벗어나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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