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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Aug 08. 2022

우당탕탕 우영우가 ADHD도 있을 가능성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 이야기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많은 분들이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영우는 전형적인 자폐와 달리 법률 분야에서 천재적인 암기력 와 해석을 보여주는데요.

영우와 같이 사회적 소통이나 상호작용이 어렵고 제한되고 반복되는 상동 행동이 나타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은 나타나지만 인지적, 언어적인 지연이 심하지 않은 기능이 양호한 대상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최근 개정된 진단체계인 정신질환 진단의 통계 및 편람(DSM-V)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별개로 구분되지 않고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포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ADHD 사이에서 진단을 내리기 혼란스러운 경우가 꽤 있는 편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어린이의 약 40~70%에서 ADHD 증상을 공유한다고 하고 약 20%의 ADHD 환자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 동반된다고 하는데요.


언뜻 전혀 다른 질환 같은데 도대체 어떤 양상이 서로 비슷하다는 걸까요?


바로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사회적 눈치가 떨어짐

재판장님! 말 짜르지 말아요

영우의 동료 수연과 검사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재판장님의 눈에 들기 위해 비위를 맞추려 애를 쓰는데 영우는 눈치 없이 재판장님에게 자신의 말을 잘랐다며 지적질을 합니다  

그런데 ADHD에서도 자기 몰두가 심하고 주변의 상황을 잘 살피지 못하는 등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마음(Theory of mind)이 약하다 보니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상대에게 상처가 되거나 안 하면 좋을 말을 불쑥 꺼내는 등 공감적인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특정 관심사에 과도한 몰두, 집착

고래 고래 고래

영우는 세상의 모든 일을 고래에 대입해서 이해하고 설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역시 아스퍼거 증후군을 주인공으로 한 "별나도 괜찮아"라는 미국 드라마의 주인공도 펭귄에게 과도하게 몰두하고 푹 빠져있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ADHD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나 해야 할 일에  통상 집중을 잘 못하지만 좋아하는 활동이나 관심사에는 엄청난 과몰입하는 경향이 비슷해 보입니다.  



산만한 행동, 돌발 행동

돌발 퇴장

영우는 자신의 할 말이나 용건이 끝나면 상대방 말이 끝나기 전에 자리를 뜨거나 관심사가 아닌 상황에 처했을 때 좌불안석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는 ADHD의 산만함이나 돌발 행동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영우 버럭

충동성


영우는 침착함을 유지해야 할 상황에서도 욱하며 자주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아스퍼거에서 정서 조절이 안되거나 화를 터뜨리거나 하는 충동성은 ADHD에서도 자주 관찰되는 특징입니다.




강박 경향

혼나는 중 정렬!

이 장면 캐치하셨나요?


이 장면은 변론 기회를 신청하기 위해 재판장님의 방에 무턱대고 들이닥쳐서 판사가 버럭을 시전 하는 중에 영우는 파일 더미의 삐뚤어짐에 꽂혀서 찰나의 순간에 정렬하는 장면입니다.


제 진료실을 찾는 분들 중에서 문이 열려있거나 책이 삐뚤어지게 쌓여있는 것을 직접 정렬해야 직성이 풀리거나 제대로 맞춰달라고 요청하는 분들이 대개 자폐장애나 ADHD가 있는 분들입니다.

ADHD의 상당수에서 생각이 정리가 안 되거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강박적 습관이 생기거나 강박증 자체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수룩한 자세나  미세 운동 발달의 문제

영우의 어수룩한 자세와 상동 행동을 박은빈 님이 리얼하게 연기해서 드라마가 더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ADHD에서도 미세 운동 발달의 문제가 있어서 자주 넘어지거나 손놀림이 미숙해서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망가뜨리는 실수를 하고 이상한 걸음걸이나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행동의 디테일은 사뭇 다르지만요.



특정 감각에 대한 과대, 과소 반응

영우도 통상의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경우와 같이 소리 자극에 매우 민감한 모습인데요. ADHD에서도 자극들의 과잉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신경인지 검사상 유사 패턴

ADHD와 아스퍼거 증후군 모두 웩슬러 지능검사에서 언어성 지능이 양호한데 반해 동작성 지능이 많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특성이 겹치지요?


그럼에도 같은 증상이라도 각 질환의 본질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을 통해서 구분을 하게 됩니다.


사회적 눈치를 챙기기 어려운 모습의 경우 

ADHD에서는 공감을 할 수 있으나 반응을 늦추고 기다리기 어렵거나 자기 생각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상대방의 감정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라면 아스퍼거의 경우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을 느끼는 자체에 어려움이 있고 비언어적 소통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정 관심사에 대한 몰두의 경우도

아스퍼거 증후군에서는 전반적인 생활이 단조롭고 제한된 관심 범위 내에서 나타난다면 ADHD의 경우에는 단조로운 생활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관심 대상이 자주 바뀌는 특징이 있습니다.


산만한 행동의 경우

ADHD는 너무 많은 생각들을 우선 순서대로 또는 필요한 일부터 정하고 실행하는 것에 어려움이 산만함으로 나타나는 반면, 아스퍼거 증후군에서는 루틴을 벗어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과잉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초조함에서 나타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강박 행동의 경우

아스퍼거에서는 강박 증상뿐 아니라 몸을 흔드는 등의 상동 행동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다른 특징입니다.


신경인지기능 검사에서도 양쪽 모두에서 동작성 지능이 저조하지만 ADHD는 작업기억의 손상이 더 크다면 아스퍼거에서는 처리속도 영역에서 더 저조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우당탕탕 우영우.

상동 행동이나 반향어를 걷어내면 영락없이 ADHD로 보입니다

아마 자폐스펙트럼과 같이 동반되었을 거라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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