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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Jul 14. 2022

필라테스와 심리치료

벌써 개원 7년 차. 일상을 거의 앉아서만 지내다 보니 허리와 어깨 통증이 생겨서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도 2년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본자세를 유지하지 못해서 제 시간에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ADHD 핑계를 대자면,  소근육이나 신체 감각 인지의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몸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긴, 어릴 때부터 특정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을 정말 어려워했고 모든 운동에서 반사신경이 느려서 체육 지진아였습니다. 특히, 멀리 던지기는 각도 조절이 안 되어서 높이 던지기가 되거나 바닥에 내리 꼽는 경우가 다반사였고요.


필라테스를 하면서 괜히 잘 못 하는 운동 붙들고 있다는 생각에 몇 번을 놓을까도 했지만 그 시간도 없으면 몸이 버텨주지 않을 것 같아 근근이 다니는 중입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잘 인지하지 못했던 근육의 감각과 움직임을 느껴가고 있습니다.


여태 수 십 년을 써 오면서 지금껏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느끼는지 이제야 알아가며 천천히 친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골반 움직임을 잡아주면 상체가 꺾이거나 흐물거리고 상체를 잡아주면 다시 골반이 굴곡되고를 2년 간 반복하다 보니 자괴감도 들고 선생님에게 민폐만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 과정이 마치 제가 담당하는 치료의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 써 오던 몸이지만 운동을 하면서 이제야 몸의 잘못된 자세와 관절의 움직임과 근육의 움직임을 알게 되듯이.


제게 찾아오시는 분들도 마음이 아파서 찾아오시고 나서야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여왔고 무엇에 의해 작동하는지 조금씩 알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이니까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 같은 내 마음을 그제야 들여다보게 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상담을 지속하더라도 때론 늘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고 그냥 사는 대로 지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운동을 하며 몸과 친해지듯이, 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주세요. 우리는 우리 마음과 더 친해지려는 노력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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