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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Aug 15. 2022

고기능 ADHD라는 게 말이 되나요?(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ADHD 이야기

이전 시간에 기능 수행이나 생활 적응의 기복이라는 관점에서 제 경험을 소개드렸습니다.


이 시간에는 신경 인지적 관점에서의 학습 기복을 역시 제 사례를 통해 보여드리겠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의 국어 지문은 너무 안 읽히는 겁니다. 지문이 긴 내용은 내용 연결이 잘 안 되어 해독이 안 되고 문학은 은유와 상징을 캐치하기 어려워 정말 "SHIT"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능 모의고사가 언어영역에서 지문이 긴 내용이 나오는 등 난이도가 높으면 제 의지와 상관없이 성적을 망치는 기복이 생겼습니다.


제가 유지할 성적의 마지노선이 수능1%였다 언어영역은 잘해야 5% 이내 통상 10~30% 사이에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올리는 성적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서요)

욕먹을 각오로 보여드리는 아래 사진은 제 고등학교 시절 모의고사 성적표입니다.

누구에게는 도달하기 어려운 성적이겠지만 저에게는 고민스러운 결과였습니다.

너의 성적은 언어영역의 난이도에 달렸다!

중학교 때 교육청에서 심화 수업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니까 정규 수업은 들을 게 없다며 제 공부를 하며 선생님들께 밉상이 되었는데요.

진정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아는 것도 다시 들으면서  잘게 소화를 하더라구요.

기본기의 반복 학습이 배움의 기본이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충이라도 아는 것을 긴 시간 설명을 들으면 너무너무 지루해서 견딜 수 없거나 딴생각이 들어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헛생각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괴로운 저의 어쩔 수 없는(이해받을 순 없으나) 선택이었던 거죠.


 자, 그래서 무엇을 말하려는 것이냐면


ADHD에서는 지능과 무관하게
시청각과 주의력의 연계 기능, 즉 감각과 인지 통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또한 지루함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와글거리는 자극을 제어하지 못하는 뇌 기능으로 인해

듣는 게 어려운, 혹은 긴 지문을 읽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편, 지루함을 견디기 어렵고 깊게 들어가기 어려운 경향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 다리 걸치기를 좋아하는 ADHD인들은 조금만 알아도 자신이 다 아는 것 같고 시시함을 쉽게 느끼다 보니 아는 체하고 자만한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타인은 무시하는 듯한 나르시시스트나 '나도 이거 알아' 혹은 '나도 이거 좋아' 하며 나서는 관종으로 보이는 사례도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이후의 흑역사를 잠시 더 소개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역시 고등학교 때도 "나 안 해" 병이 나타났죠.

과학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별안간 문과에 가기 위해 자퇴하겠다며 기숙사 학교에서 탈출하여 등교 거부로 고집을 부립니다.

다행히 말 안 되는 고집은 강경 대응하는 아버지의 일갈로 빠른 시간 내에 초기 진압되었습니다. (좋은 방식은 아닙니다만 그때만큼은 잘 말려주셨습니다. 아버지..)


의대 진학해서도 "나 안 해" 병이 도져서 휴학한다고 할 때 지도 교수님께서 밥을 사주시면서 타일러주셔서 부드럽게 넘어갔습니다. 참 민폐도 많았네요.


자! 다음 시간에는 드디어 고기능 ADHD의 개념과 치료나 중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학술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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