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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Aug 16. 2022

고기능 ADHD라는 게 말이 되나요? (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이야기

드디어 고기능 ADHD의 본론에 들어갑니다.

이전의 두 연재는 오늘 시간을 위한 준비에 불과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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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고기능 ADHD(High functioning ADHD)에 관한 연재를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공감이 안 되고 심적인 불편을 줄 수도 있다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기능을 잘하는 정신질환이라는 개념 자체는 어떤 이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 고통이 큰 분들께는 '나도 힘든데 잘하고 있어'라며 약을 올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 특성상 심각한 장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을 자주 기에 기능이 좋은 ADHD라는게 불편한 마음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개념에 대해 전문가적 견해나 책에서 본 적이 없는데  당신의 주장 아닙니까?라는 비판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ADHD라는 질환의 특성상 기능을 잘 하지만 정서적 고통이나 삶의 질이 크게 훼손될 수도 있기에 진단을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인 '고기능 ADHD' 연재에서 꼭 다루어보고자 했습니다.


저 또한 몇 년 전까지 ADHD라는 자각이 없어서 여러 번의 굴곡을 대책 없이 겪었던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주변에서 볼 때는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심한 정서적 스트레스로 자주 불행감을 느끼거나 잠재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경우를 임상 현장에서 점점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고기능 ADHD라는 표현이 공식적인 명칭이 아니지만 여러 연구 문헌에서는 이 명칭이 점점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정신질환 분류 체계인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 대다수의 장애 진단기준에 반복되어 나오는 문구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증상은 사회적, 학업적, 직업적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손상을 초래하는...


즉, 진단 기준에 해당되는 증상을 충족하더라도 기능면에서 현저한 손상이 있어야 진단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정신질환에서 "고기능"이라는 표현 자체에 어폐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성인 ADHD가 개념화되고 진단 체계에 편입되면서 성인기 진단 전까지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펴보는 연구들이 진행됩니다.

알고 보니 기능이 양호한 대상들은 아동기부터 ADHD를 충족하는 증상이 있었지만 자신만의 대처방법으로 증상을 커버해오다가 결국 성인기에 적응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워 진단에 이르게 된 것이죠.


ADHD라는 질환 자체가 신경발달장애로써 만성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기능이 양호해서 좋은 대처 기술을 만들어온 진단 사각지대에 있는 일부에서는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고 자주 우울, 불안에 심각하게 시달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잘 지내다가도 자살, 중독, 우발적 사고에 휘말리는 경우도 일반인 군에 비해 높구요.


이러한 여러 조사 결과들로 인해!


대표적 정신질환 분류 체계인 DSM이 4판에서 5판으로 개정되면서 ADHD 진단 기준은 몇몇 기술적 표현의 변화(1)성인의 진단 기준 충족 개수(2), 발병 연령 기준 상향(3) 외에도 아주 중요한 변화(4)가 생깁니다.(심리나 보건업계 종사자분들도 ADHD 진단기준의 변화에 대해 소개할 때 이 부분은  모두 놓치시더라구요)


바로 위에서 언급한 기능과 관련한 진단 기준입니다.


사회적, 학업적 직업적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손상을 초래하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위에서 언급한 이 문구가,

사회적, 학업적, 직업적 기능의 질을 방해하거나 감소시킨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이렇게 바뀐 것입니다.


기능의 질을 방해하거나 감소


성인 ADHD가 개념화되면서 지금까지 정신질환을 정의했던 기능 손상의 해석기능의 질이나 잠재 기능의 감소로 변한 것입니다.


우울증, 불안 장애, 스트레스성 장애, 수면 장애 등 대부분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다른 장애에서는 기존의 기능 관련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ADHD는 질환의 특성상 전체적인 기능이 양호하더라도 그 사람의 잠재 기능을 저하시켜서 삶이나 기능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인정이 된 것입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을 짚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고기능'이라고 하니까 '이 정도는 되어야 고기능이다' '아니다' 온라인 상에서 갑론을박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직업, 학업, 사회 기능이 무너지지 않고 잠재적 기능을 쓰지 못하거나 기능 손상이 경미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고기능이라는 명칭이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직업이 좋거나 학업이 우수해야 고기능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 다음 시간에는 성인 ADHD에서 아동기에는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식의 대처를 했는지

성인 ADHD의  보상 기술 혹은 대처 전략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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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번 시리즈 마치고 보니, 이번 회차만 쓰면 되는 것을 안물 안궁금인 제 과거 썰을 굳이 풀어내야했나 싶네요.

고향집에서 과거 성적표들을 발견하고선 '심봤다 자료로 써먹어야겠다'라는 생각만으로 무심코 성적표를 공개했는데요. '니 잘났다'라는 말을 듣더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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